[이태형의 현장에서] 끝보이는 ‘폭탄돌리기’…리볼빙대책 시급

# 최근 기자에게 모르는 번호로 전화 한 통이 왔다. 주 사용 카드사 콜센터였다. 상담원은 “일시불일부결제금액이월약정(리볼빙) 수수료율 우대 대상으로, 11.4%의 수수료율을 8.00%로 가입할 수 있는 기회”라며 서비스 가입을 권유했다. 결제대금이 연체되지 않으면 수수료는 없고, 앞으로 연체되더라도 낮은 수수료율이 적용되니 일단 가입하라는 내용이었다.

최근 카드사들이 리볼빙 서비스 마케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카드사의 주 수익원인 카드론(장기카드대출)이 올해부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에 포함되면서 리볼빙, 현금서비스(단기카드대출), 개인사업자 대출 상품 등에 대한 마케팅을 강화하며 수익원 다변화에 나선 것. 리볼빙 서비스는 결제대금의 일부를 다음 결제 시점으로 이월하는 서비스다. 특히 결제성 리볼빙은 카드론과 달리 DSR에 포함되지 않는다. 카드사들은 신규 리볼빙 가입고객을 대상으로 커피쿠폰, 모바일상품권, 포인트 적립 등 이벤트까지 동원하며 서비스 가입자 유치에 적극적이다. 실제 7개 카드사의 리볼빙 이월 잔액(실제 리볼빙 수수료 적용 금액)을 취합한 결과, 2019년 1분기 4조9730억원이던 잔액이 2022년 1분기에는 6조1770억원으로 2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카드사들은 리볼빙을 이용하면 카드대금 연체로 신용등급이 떨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홍보한다. 그러나 카드사 회원들의 이월 잔액이 늘고 있다는 사실의 이면을 봐야 한다. 우선 수수료율이 너무 높다. 리볼빙 서비스 이용자의 다수가 18~20%의 수수료율을 적용받고 있다. 법정최고금리(20%)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높은 수수료율에도 리볼빙 서비스가 급증한다는 점은 급전이 필요한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이 주로 카드사 금융 서비스를 이용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들의 상환능력이 그만큼 나빠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국내외 기준금리 인상 기조가 이어지면서 리볼빙상품의 부실 가능성이 커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오는 9월이면 정부가 4차례나 연장하며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서민을 지원했던 대출 만기 연장과 원리금 상환 유예 조치가 종료된다. 일종의 연체 채무인 리볼빙금액이 커진다는 건 시한폭탄이 오는 9월을 시한으로 다이너마이트급에서 금융권 전반으로 불똥이 튈 수 있는 핵폭탄급으로 커지고 있는 셈이다. 카드업계도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카드사별로 리볼빙 서비스 증가에 따라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부실 채권에 대비해 대손충당금을 추가 적립하는 등 사전적으로 위험관리에 주력하고 있다. 금융 당국 역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최근 금융감독원 주도로 카드사, 관련협회와 대책 협의에 나서며 현 상황이 향후 금융업계 전반에 미칠 파장에 주목하고 있다.

은행, 보험, 카드 등 업권 간 촘촘히 엮여 있는 금융업 특성상 한 번 실기하면 도미노 현상으로 걷잡을 수 없는 국면으로 치닫을 수 있다. 금융 당국 수장들이 바뀌면서 당국이나 업계도 어수선하지만 대책마련에 주저할 시간이 없다. 시한폭탄의 시계바늘은 계속 흘러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