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법 시행 후 사망 56건·64명, 질병 2건·29명
고용부 통계 상 전년比 사망사고 14.2%, 사망자 수 7.7%↓
중대재해법 적용 산재사망자 64명 중 48명이 '하청업체' 소속
1호 중대재해법 적용 사업장 삼표산업 현장책임자 3명 구속영장 기가
尹정부 '산업안전보건 관계법령 정비' 통해 시행령 개정...노동계 반발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지난 1월 27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으로 산재 사망사고가 감소했지만,하청업체에 속한 직원들은 여전히 산재 사망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주와 경영책임자를 처벌토록 한 것이 핵심이지만, 정작 ‘1호 사건’에 대해서도 제대로 된 수사를 하지 못하고 있다. 오는 10일 출범을 앞둔 차기 정부는 ‘산업안전보건 관계법령 정비’를 통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개선에 나설 방침이다. 노동계는 반발하고 있다.
6일 고용노동부와 송옥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1월 27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4월 29일까지 중대재해처벌법을 적용해 수사 중인 중대산업재해는 사망 56건(64명), 질병 2건(29명)을 포함해 총 58건이다. 하지만 전년 같은 기간 수치를 파악하기 어려운 만큼 이 숫자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효과를 파악하기 어렵다. 다만 법 시행 이전 기간을 포함한 올해 1월 1일부터 지난 4월 25일까지 통계 수치로 보면 법 시행 효과를 파악할 수 있다.
올 들어 지난달 25일까지 산재 사망사고는 186건(203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17건(220명) 대비 31건(17명) 감소했다. 산재 사망사고 건수는 14.2%, 사망자 수는 7.7% 줄어든 수치다. 고용부는 해당 수치를 근거로 중대재해처벌법의 시행 효과를 설명한다. 이에 비해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에 접수된 산업현장 사망사고 건수를 근거로 오히려 사고 발생이 늘었다는 주장도 나온다. 실제 올 1~3월 신고된 산업현장 사망자 수는 121명으로 전년 75명보다 61% 증가했다.
그러나 공단의 속보 통계는 현장 조사 결과 산업재해가 아닌 것으로 판명되는 경우가 적지 않아 법 시행 효과를 재단하기에는 적절치 않다는 평가가 더 높다. 이 때문에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이 산재 사망사고 예방에 어느 정도 기여하고 있다는 것이 대다수의 평가다. 그러나 이런 예방 효과도 안전에 투자 여력이 존재하는 ‘원청’에만 해당된다는 지적도 높다. 실제 법 시행 이후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산재 사망자의 75%(64명 중 48명)가 하청업체 소속이었다.
한 대기업 계열 화학업체 관계자는 “대기업들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전부터 산업안전에 대한 투자를 늘려 안전 장치를 마련했지만, 문제는 투자여력이 부족한 하청업체”라며 “하청업체에서 발생한 산재 사망사고로 인해 원청 경영책임자들이 처벌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이지만, 정작 파견법 등의 이슈로 하청업체 안전관리에 개입하기도 어려운 현실”이라고 했다. 실제 지난 2월 발생한 여천NCC 폭발사고 희생자 4명 중 3명이 하청업체 소속이었다.
수사 강도나 속도가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이달 3일에도 지난 1월 3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경기 양주 삼표 채석장 붕괴사고의 현장 책임자 3명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삼표산업 사건은 ‘중대재해법 적용 1호’ 사건이다. 이에 앞서 지난달 고용부는 16명의 급성 중독 사고를 낸 두성산업 대표에 대해서도 중대재해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당시 법원은 도주 우려가 없다며 기각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유령 법안’이란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 탓에 새 정부 출범 이후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개정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지난달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업무보고에서 고용부가 법 시행이 얼마되지 않아 개정은 어렵지만, 노사 의견 수렴을 거쳐 시행령 개정·보완은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110대 국정과제 발표를 통해 산업안전보건 관계법령 개정 등을 통해 현장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산업 현장에 맞는 기업 자율의 안전관리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노동계는 “현장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지침·매뉴얼을 통해 경영자의 안전보건확보 의무를 명확히 하겠다”는 인수위의 ‘산업안전보건 관계법령 정비’는 사실상 ‘중대재해법 보완’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한국노총은 3일 성명을 통해 “불확실성 해소, 안전보건확보 의무 명확화는 중대재해법의 안전보건확보 의무를 산업안전보건법과 유사하게 만들어 경영 책임자와 법인이 수사와 재판에서 빠져나갈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