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내년 9월 완료 전망

국채 신뢰도 향상 효과 기대

정부가 우리 국채의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을 다시 추진한다. 세계 3대 채권지수 중 하나인 WGBI는 미국·영국·일본·중국 등 주요 23개국 국채가 편입된 지수로, 추종 자금은 2조5000억달러에 달한다. 우리나라 국채가 WGBI에 편입되면 이 지수를 추종하는 외국계 자금이 국채시장에 유입되고, 국채의 신뢰도가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

차기 정부에서 사전 협의 절차가 원활히 이뤄질 경우 이르면 내년 9월 최종 편입이 가능할 전망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 취재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우리나라는 경제 규모상 세계 10대 강국으로서 WGBI에 가입할 여건이 충분히 조성됐다”며 이러한 방침을 밝혔다. 홍 부총리는 “국채 시장 발전이나 외화자금 유출입 상황을 고려할 때 WGBI 편입이 굉장히 필요한 상황”이라며 “다음 정부에서 본격적으로 편입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명목 국내총생산(GDP) 기준 세계 10대국 가운데 WGBI에 편입되지 않은 나라는 우리나라와 인도뿐이다.

홍 부총리는 “한국은 상대적으로 낮은 국채의 위상으로 원화 채권에 대한 디스카운트(저평가)가 발생한다”며 “경제력이 매우 큰 나라이고 채권 신인도가 높은데도 WGBI에 가입이 안 됐다는 이유로 금리가 조금 더 올라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WGBI에 가입하면 채권 발행 금리가 낮아지고 외화 자금이 추가로 들어오는 등의 이점이 발생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WGBI 편입을 위해서는 일정한 요건을 갖춰야 한다. 우리나라는 발행 잔액 500억달러(액면가 기준) 이상, 신용등급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기준 A- 이상 등 정량 조건을 이미 충족했지만, 외국인 투자자의 시장 접근성을 평가하는 정성 조건은 충족하지 못한 상황이다.

시장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그만큼 외국인의 투자 문턱을 낮춰줘야 한다. 우리나라 국채를 매입하는 외국인 투자자를 대상으로 세금을 경감해주는 것인데, 이 경우 국내 투자자와의 형평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외국인 채권 자금이 늘어나면 위기 시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정부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에도 WGBI 편입을 추진했으나, 최종 편입은 결국 무산됐다. 정부가 편입을 추진하더라도 실제 편입에는 1∼2년이 걸린다. 우선 WGBI를 관리하는 파이낸셜타임스 스톡익스체인지(FTSE)와의 협의를 거쳐 관찰대상국 목록에 포함돼야 한다. FTSE는 정책상 변화에 따른 시장 접근성 개선 가능성을 확인하고 관찰대상국 목록을 조정하며, 이후 6개월 이상 검토를 거쳐 매년 9월 연례심사 시 편입 여부를 결정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올해 상반기 중 FTSE와 사전협의를 진행한다는 전제로 빠르면 올해 9월 관찰대상국에 포함되고, 내년 9월이면 최종 편입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단, FTSE와의 협의 진행 과정에 따라 편입이 다소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 편입은 잔존만기가 최소 1년 이상인 국채를 대상으로 시가총액에 비례해 매달 말 포트폴리오 편입 비중을 새롭게 산출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최초 편입국의 경우 통상 6개월∼1년에 걸쳐 편입 비중을 확대한다. 우리나라의 WGBI 편입 시 최종 편입 비중은 2.2% 수준으로 추정된다.

홍태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