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로명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23일 새 한국은행 총재 후보로 이창용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 담당 국장을 지명했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 후보자는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아시아개발은행(ADB) 수석이코노미스트 등을 거친 경제·금융전문가로, 국내·국제경제 및 금융·통화 이론과 정책, 실무를 겸비했다"며 "주변 신망도 두텁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한은 총재 후보자 지명이 문 대통령과 윤석열 당선인 간 회동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하는 분위기다.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회동이 지난 16일로 예정됐다가 취소돼 현재까지 열리지 못하는 이유 중의 하나가 현 정부 임기 말 인사권 행사와 관련돼 있기 때문이다.
감사원 감사위원, 중앙선관위 상임위원 등의 인사를 앞둔 상황에서 청와대는 임기가 끝날 때까지는 문 대통령에게 인사권이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윤 당선인 측은 이에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한은 총재 후보자 지명에 대해 "총재직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당선인 측의 의견을 들어서 내정자를 발표하게 됐다"며 "어느 정부가 지명했느냐와 관계없이 이달 31일 임기 만료가 도래하므로 임명 절차 등을 고려할 때 후임 인선작업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반면 윤 당선인 측은 이번 인사와 관련해 "청와대와 협의하거나 추천한 바 없다"고 밝혔다. 윤 당선인 측은 이날 청와대의 새 한은총재 후보 지명 사실이 알려진 후 대변인실 공지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표면적으론 새 한은 총재 인사와 관련해 윤 당선인 측과 청와대가 사전 협의한 적이 없다고 밝혔지만, 윤 당선인 측에서 이창용 후보 자체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보는 기류는 감지된다.
윤 당선인 측 한 관계자는 통화에서 "이 후보는 좋은 분이라고 생각하지만, 절차적으로는 청와대 인사이며 당선인 쪽에서도 추천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이날 청와대의 한은 총재 후보 지명으로 그간 막혔던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회동 가능성에도 물꼬가 트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회동에 앞서 양측은 실무 조율 과정에서 인사, 대통령 집무실 이전 등을 놓고 의견 접점을 찾지 못한 채 신구권력 회동 가능성도 불투명한 상황이 이어져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