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버턴전 전반 16분 부상으로 교체
햄스트링 부상 가능성…복귀 한달만에 또 부상
벤투호, 이란·UAE와 최종예선 마지막 2연전
[헤럴드경제=조범자 기자] ‘황소’가 또 쓰러졌다. 이번에도 허벅지 뒤 근육(햄스트링) 부상이 의심된다. 2022 카타르 월드컵 최종예선서 ‘조 1위 마침표’를 노리는 한국 축구 대표팀에 또다시 부상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황희찬(울버햄프턴)이 14일(한국시간) 영국 리버풀의 구디슨 파크에서 열린 2021-2022시즌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29라운드 에버턴과 원정경기서 왼쪽 엉덩이 부상으로 전반 15분 만에 교체됐다.
황희찬은 전반 9분 패스를 받다가 에버턴 도니 판더비크의 무릎에 왼쪽 엉덩이 부위를 가격당해 쓰러졌다. 땅을 치며 고통을 호소한 그는 응급조치를 받은 뒤 다시 그라운드로 투입됐다. 끝까지 경기를 소화하려는 의지를 보이던 황희찬은 그러나 전반 14분 상대 선수와 공을 다투려고 슬라이딩한 뒤 얼굴을 찡그리며 또다시 다리를 절뚝였다. 결국 벤치를 향해 교체해달라는 사인을 보냈고, 전반 15분 다니엘 포덴세와 교체됐다. 이 과정에서 에버턴 홈팬들이 시간을 지체한다는 이유로 황희찬에 야유를 보내기도 했다.
울버햄프턴은 후반 4분 센터백 코너 코디의 헤더 결승골로 에버턴을 1-0으로 꺾고 2연승, 7위(승점 46·14승 4무 11패)로 올라섰다. 하지만 황희찬의 부상 우려에 마냥 기분좋은 승리는 아니었다.
황희찬은 지난해 말에도 오른쪽 햄스트링 부상으로 두 달 가까이 그라운드를 떠나 있었다. 정규리그 5경기 연속 결장한 황희찬은 2월 중순 복귀한 뒤 3경기만에 아스널전서 짜릿한 골맛을 봤다. 지난 11일 왓퍼드전서는 리그 데뷔 첫 도움까지 올리며 공격포인트 6개(5골 1도움)를 기록하며 경기력을 끌어 올렸다. 하지만 이날 또다시 햄스트링 부위에 부상을 입으며 상승세가 꺾이게 됐다.
황희찬의 부상은 월드컵 최종예선 마지막 두 경기를 남겨놓은 벤투호에게도 치명적인 악재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오는 24일 A조 1위 이란(홈), 29일 UAE(원정)와 9, 10차전을 앞두고 있다. 현재 6승2무(승점 20)로 조 2위를 굳게 지키며 남은 경기에 관계없이 10회 연속 월드컵 본선행을 확정지었다.
벤투호는 최근 황희찬의 성공적인 복귀와 손흥민의 건재 속에 조 1위의 막판 역전극을 노리고 있었다. A조 1위인 이란(7승1무·승점 22)과 맞대결서 승리하고 UAE전 승리로 유종의 미를 거둔다면 월드컵 본선 조추첨에서 유리한 시드 배정을 받을 수 있다. 그럴 경우 16강 진출 가능성도 한층 높아지게 된다.
하지만 황희찬이 또다시 부상으로 이탈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벤투호 전략에도 차질이 빚어지게 됐다. 황희찬은 지난해 말 부상으로 최종예선 7,8차전서도 결장했었다.
문제는 벤투호 멤버 부상이 황희찬 뿐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벤투호 황태자’로 불리며 중원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황인범(루빈 카잔)이 소속팀 연습경기 도중 엄지발가락 골절상으로 장기 결장이 불가피해졌다. 여기에 이동경(샬케04)이 발등뼈 골절, 홍철(대구FC)은 왼발목 인대 손상, 이용(전북 현대)은 갈비뼈 부상 등 대표팀 주축 선수들이 잇따라 부상에 신음하고 있다.
2011년 아시안컵 이후 한번도 꺾지 못한 이란을 안방으로 불러들이는 절호의 기회 속에서 대체자원 운용과 위기전략 수립이 불가피해졌다. 최종예선의 최종무대, 벤투 감독의 지도력이 또다시 시험대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