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산업통상부 “러시아산 합성사파이어 전세계의 40% 차지”

미국·유럽 등 스마트폰·LED 소재로 공급·“수출 금지 고려할 수 있어”

서방, 제재 부작용 고려해 세계 최대 니켈생산회사는 제재에서 빼

러시아의 반격…“아이폰 소재 합성사파이어 수출 금지 검토”
휴대전화에 쓰인 합성사파이어로 만든 스크린. [러시아 모노크리스탈 웹사이트 캡처]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러시아가 아이폰 등 스마트폰 제조에 쓰이는 산업소재 ‘합성사파이어’ 수출 금지를 검토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러시아산 합성사파이어는 전세계 시장의 40%를 차지한다.

러시아 인테르팍스통신에 따르면 6일(현지시간) 러시아 산업통상부는 “우리는 비우호적인 행동에 나서는 시나리오를 발전시키거나, 최후의 수단으로서 대응할 수 있는 권리를 유보하지도 않겠다”면서 수출 금지를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 산업통상부는 “전세계 시장에서 러시아 합성사파이어의 비중은 매우 높고, 현재 40%까지 이른다. 서방의 선도적인 기업들은 최고 품질 기준에 부합하는 우리 제품을 공급 받는 데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합성사파이어는 LED(발광 다이오드)의 핵심 소재이며, 스마트폰 화면과 같은 모바일 기기 부품 등 다양한 첨단 분야에 주효하게 쓰인다.

인테르팍스는 남서부 스타브로폴 지역에 위치한 모노크리스탈사(社)가 세계 최대 합성사파이어 제조사 중 한 곳이라고 소개했다.

모노크리스탈은 웹사이트에서 생산제품의 98%를 수출하며, 미국 뿐 아니라 아시아, 유럽 25개국 200개 기업과 협력하고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이번 보도는 미국 애플사가 지난 1일 러시아에서 아이폰과 다른 전자기기를 판매하지 않겠다고 발표한 뒤 나온 러시아의 첫 공식 반응이다.

아이폰 스크린 제조에도 쓰이는 합성사파이어 공급을 중단할 수 있음을 경고한 것이다.

이에 앞서 미하일로 페도로프 우크라이나의 부총리 겸 디지털부 장관은 트위터에서 애플의 팀 쿡 최고경영자(CEO)에게 서한을 띄워 “애플은 우크라이나를 도와 줘야 한다. 애플 앱스토어를 포함해 서비스와 제품을 러시아 연방에 공급하는 것을 중단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후 실제 애플은 미국의 거대 테크 기업들 중에서도 가장 빠르게 러시아에서 판매 중단을 선언했다.

페도로프 장관은 지난 5일 아마존과 삼성에게도 같은 형식으로 러시아에서 사업 중단을 요청했다.

첨단 산업 분야에 쓰이는 러시아산 광물과 소재는 서방의 대러 제재 시 딜레마로 꼽힌다.

이와 관련 월스트리트저널(WSJ)은 6일 보도에서 미국과 동맹국들은 세계 최대 니켈 생산회사인 러시아의 노릴스크 니켈(Norilsk Nickel)과 이 회사 최고경영자 올리가리히(신흥재벌)를 제재 대상에 넣지 않았다며, 이는 미국 정부가 주요 원자재 확보에 타격을 받지 않으면서도 러시아에 벌을 가할 방법을 찾아야하는 딜레마를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노릴스크 니켈은 전기차 배터리 핵심 소재인 니켈의 전세계 생산의 5%를, 촉매제와 반도체 핵심 소재인 팔라듐의 40%를 차지한다. 또 코발트, 구리 같은 에너지 전이 금속도 공급하고 있다.

지난 4일 뉴욕거래소에서 니켈은 10년 이래 최고 가격에 거래됐으며, 올들어서 이날까지 가격이 37% 올랐다. 팔라듐은 57% 급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