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세차량 관리·감독 강화 목소리
안철수 유세버스 사망사고 논란
경보기 설치만 해도 예방 가능
중독 위험성 예방교육 의무화를
최근 충남 천안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의 유세버스에서 일산화탄소(CO) 중독으로 인한 사망사고가 발생해 논란이 되는 가운데, 최근 3년간 이 같은 자동차 불법 개조 단속 건수가 총 4만9000여 건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전문가들은 선거 유세 등 불법 개조 차량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21일 헤럴드경제가 국토교통부로부터 단독 입수한 ‘최근 3년간 불법 자동차 단속현황’을 보면 2018년 1만4279건이었던 불법 자동차 단속 건수는 이듬해인 2020년 1만7738건으로 3000건 이상 증가했다. 지난해 단속 건수는 1만7236건으로 전년도에 비해 소폭 감소했으나, 여전히 높은 수치에 속한다. 최근 3년간(2019~2021년) 총 단속 건수는 총 4만9253건이나 됐다.
이번 사건의 직접적 원인이 된 등화기준 위반 2019년 3939건에서 2020년 5888건으로 2000건 가까이 증가했다. 2021년에는 5447건으로 소폭 감소했으나, 3년간 총 단속 건수는 1만5274건이나 됐다.
자동차관리법에 따르면 차량 등화장치나 차량 내 본래 유류장치 대신 별도의 장치를 설치할 때에는 한국교통안전공단에 사전 구조·장치 변경 신청을 해야 한다. 하지만 안 후보의 유세버스에 설치된 발광다이오드(LED) 전광판의 경우 차량 등화장치로 분류됨에도 최근 조사 결과 해당 차량은 승인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선거철에는 유세차에 대한 불법구조 변경이라든지 문제점이 항상 노출돼 있는데 단속이 잘 되지 않고 있다”며 “(특히)일산화탄소를 대량 배출한 발전기의 경우 차량 안에 장착 되는 게 아닌 별도로 사서 얹는 것이기에 발전기는 구조 변경에 포함되지 않아 규제에 잘 포함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권용주 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학과 교수도 최근 유세버스 사망 사건에 대해 “버스 외부에 LED 대형 모니터를 부착했으니 등화장치 위반에 해당된다는 의견이 많은 듯 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개조된 차량 내부에서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사망에 이르는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12월 전남 고흥의 한 도로 버스 안에서 잠을 자던 50대 고교 동창 4명이 일산화탄소에 중독돼 1명이 숨지고 1명이 중태에 빠지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당시 이들은 개조한 45인승 버스를 타고 여행을 가는 중 한 공원 주차장에 버스 시동을 끄고 경유를 사용하는 ‘무시동 히터’를 켜둔 것이 화근이 됐다.
최근 안 후보의 유세버스에서도 현장 감식반이 차량 내부에 발전기를 30분간 돌렸을 때 화물칸 일산화탄소 농도는 최고 4080ppm까지 치솟고, 버스 내부 농도는 1500∼2250ppm으로 측정됐다. 일산화탄소 농도가 1600ppm인 곳에서는 2시간 이내에 목숨을 잃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선거철마다 사용되는 유세차량에 대한 불법개조 단속을 강화하는 한편 일산화탄소 중독 등 차량을 개조할 때 발생할 수 있는 위험성을 알리는 예방교육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 교수는 “시중에서 판매하는 발전기의 주의 사항에 보면 반드시 경보장치나 환기구를 설치하도록 돼 있는데 경보기 설치만 해도 예방은 일정 부분 가능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무분별한 규제는 발전 가능성이 있는 사업을 오히려 위축시킬 위험이 있어 경계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김 교수는 “과도한 규제들로 인해 오히려 비즈니스 모델을 죽일 위험도 있는 데, 사고가 터질 때마다 법과 규제로만 문제를 해결하려는 분위기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외국에선 반복적인 안전 교육을 통해, 규제를 통한 예방이 아니더라도 습관, 관습을 통해 지키는 게 많다”며 “교육을 통해 차량 개조에 대한 위험성을 이용자들이 상기하게 하고, 법이나 제도는 (사고를 야기하는)사각지대를 메우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영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