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시사] 왜곡하고 은폐하는 검찰

성남지청 박하영 차장검사가 성남FC 후원금 사건과 관련하여 상급자인 박은정 성남지청장의 판단에 대한 가장 강력한 이의제기인 사표를 제출했음에도 검찰이 의혹을 해소하려는 일말의 노력도 하지 않는 모습을 보고,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단이 서울중앙지검에 몰려가 김건희 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연루 의혹 수사를 촉구하며 지검장 면담을 요청하는 모습을 보고 저절로 웃음이 나왔다. 웃겨서 웃는 것이 아니라 허탈해서 웃음이 나온 것이다. 현 정권이 임기 내내 밀어붙였던 검찰개혁이 완전히 실패했음을 드러낸 장면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성남FC 후원금 의혹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성남시장 재직 시절 성남FC의 구단주로 있으면서 두산, 네이버, 분당차병원 등으로부터 약 165억원에 달하는 후원금을 유치하고, 이 기업들은 용적률 변경, 건축 인허가나 토지 용도 변경 등 편의를 받았다는 혐의다.

분당경찰서는 지난해 9월 이 후보에게 혐의가 없는 것으로 결론 내리고 불송치 처분했다. 그러나 이후 고발인 측이 이의신청하면서 성남지청이 사건을 송치받아 검토하는 과정에서 박은정 성남지청장이 보완 수사가 필요하다는 수사팀 요청을 여러 차례 반려하는 등 묵살했고, 이로 인해 박 차장검사가 항의 표시로 사표를 제출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었다. 현직 차장검사가 상급자 판단에 대한 가장 강력한 이의 제기인 사표를 제출한 것은 유례를 쉽게 찾을 수가 없는 일이다. 여론은 들끓었다. 그렇다면 검찰은 당연히 의혹을 해소하려는 노력을 했어야 했다. 그러나 검찰은 사건을 다시 분당경찰서에 넘기고 말았다. 고발장이 접수된 지 3년7개월 만에 원점으로 되돌아가고 만 것이다.

이재명 후보가 혐의가 있는지 없는지는 나중 문제다. 최소한 현직 차장검사가 사표를 제출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즉 유력 대선후보가 연루된 사건의 검찰 내부의 갈등에 대한 국민의 궁금증은 해소했어야 했다. 그러나 검찰은 이를 철저히 외면했다.

서울중앙지검에서 수사하는 윤석열 국민의 힘 대선후보 배우자인 김건희 씨의 주가 조작 의혹도 마찬가지다.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은 권오수 전 회장이 속칭 ‘선수’인 이모 씨 등과 공모해 지난 2009년 12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91명의 157개 계좌를 이용해 통정 매매, 고가 매수, 허위 매수 등을 하며 주가를 조작했다는 혐의다. 김씨는 여기에 ‘전주’로 참여하였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이 김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과 관련하여 사건을 배당받은 것은 지난 2020년 11월이다. 권 전 회장 등은 이미 지난해 12월 구속기소 되어 재판이 진행 중이다. 서울중앙지검 수뇌부가 친정부 체제라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실제로도 지난 1년 동안 강도 높은 수사를 진행했고, 여러 관련자를 재판에 넘겼다. 그럼에도 김씨에 대한 어떠한 결정을 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혐의가 의심되면 진작에 소환 조사했어야 했고, 혐의가 드러나면 기소했어야 했다. 반면 김씨를 탈탈 털었음에도 혐의가 없으면 불기소했어야 했다. 그러나 검찰은 어떠한 선택도 하지 않았다.

검찰이 취급하는 사건의 대부분은 우리 주변의 민생사건이다. 이를 맡고 있는 99%에 해당하는 검사들은 묵묵히 맡은 일을 하고 있다. 즉 ‘밥값을 한다’는 의미다. 그런데 역대 어느 정권에서나 1%에 해당하는 검사들이 특히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에 대해 밥값은 고사하고 사건을 왜곡하거나 은폐하고 있다. 검찰은 성남FC 후원금 사건이나 김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에 대하여 어떠한 왜곡도, 은폐도 없었다고 자신할 수 있을까.

다행히도 요즘 젊은 검사들은 모든 과정을 기록으로 남겨둔다고 한다. 이를 토대로 밥값 못하는 1% 검사들에 대해 법의 심판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사건을 왜곡하거나 은폐하는 검사들이 법의 심판을 받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검찰개혁이 아닐까.

김한규 전 서울지방변호사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