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참위, 16일 신년 기자간담회
6월 조사종료·9월 보고 앞두고
53개 직권조사 과제 의결 착수
세월호 CCTV 추가복원영상 기반해
해외 전문가들과 침몰원인 분석키로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가습기살균제 참사가 기업 책임뿐만 아니라 정부의 안전관리 부실과 기업들의 안전성 검토 누락에서 기인했다는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의 판단이 나왔다.
사참위는 16일 오전 서울시 중구 포스트타워 대회의실에서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가습기살균제 참사와 세월호 참사의 발생 원인과 정부·기업 책임, 피해지원·재발방지 대책 등에 대한 조사 성과를 발표했다.
사참위는 양 참사와 관련해 53개의 직권조사를 진행 중으로, 가습기살균제 최초 개발 경위·제품 공급 과정 등 4건에 대해서 조사와 의결 절차를 마쳤다. 나머지 49건에 대해서는 순차적으로 전원위원회에 상정해 의결할 방침이다.
이날 사참위는 그간 진행한 조사 중 가습기살균제 제조 경위와 정부 안전관리 부실 등에 대한 내용을 공개했다. 사참위는 정부 부처의 안전관리 부실에서 가습기살균제 참사가 기인했다고 판단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제품, 환경부는 원료물질에 대한 안전관리를 각각 부실하게 처리했으며, 질병관리본부(현 질병관리청)는 2011년 원료인 CMIT(클로로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MIT(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에 대한 독성실험 과정을 부실 설계해 피해자들의 폐손상 확인을 놓쳤다는 지적이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대해서도 2012~2018년, 세 차례에 걸쳐 SK케미칼·애경산업·이마트에 대한 부당 표시 광고 사건을 부실하게 처리했다고 봤다.
기업들의 소홀한 안전의식도 참사를 유발한 것으로 드러났다. 원료를 개발한 SK케미칼(당시 유공)은 인체 안전성 검토를 하지 않은 채 옥시레킷벤키저, 홈플러스, 애경산업 등에 원료를 판매했다.
제품을 유통한 기업들은 출시 과정에서 안전성 검토 없이 ‘인체에 해가 없다’는 취지로 광고하기도 했다. 사참위는 가습기살균제 참사와 관련한 기업을 총 90여 개로 파악했다.
사참위 관계자는 “1996년 PHMG(폴리헥사메틸렌구아디닌) 제조 신고부터 공정 과정까지 품질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은 사실을 밝혀냈다”며 “정부 책임과 관련해서도 1991년부터 30여 년간 조사를 했지만, 기획재정부 조치사항 외에는 모두 공소시효가 지나 입장을 정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서는 선체 침몰 경위를 밝히기 위해 급선회·급횡경사·급침수 과정을 조사하고 있다고 사참위는 밝혔다.
특히 세월호 침몰 원인에 대해 타기장치 고장이 선체 급선회를 유도했다는 주장이 있었으나, 실험 결과 지금까지 알려진 바와 다른 결론이 잠정 도출돼 조선학회 등 전문가집단과 검증을 진행 중이다.
또 사고 당시 세월호 선체 거동을 확인하기 위해 네덜란드 마린사에서 모형시험과 시뮬레이션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박병우 사참위 세월호참사 진상규명국장은 “(사고 당일)오전 8시30분까지 복원됐던 세월호 폐쇄회로(CC)TV를 3분7~8초 가량 추가 복원했다. 1초당 2개 프레임이 잡히는 것을 고려했을 때 실제로는 오전 8시45분 24초부터 8시 49분 31초까지 확인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복원 과정에서 매점 내 전화줄이 움직이는 모습이 찍혀 전화선 기울기와 기울기의 변화량이 계측 가능해졌다. 선체가 45도로 기울어지는 선체 거동을 처음부터 확인할 수 있게 돼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 때보다 범주를 좁혀 실험할 예정”이라고 부연했다.
사참위는 세월호 구조 실패와 관련해선 선원과 선사, 해양경찰청 등이 승객들에게 퇴선 조치를 실시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조사를 집중하고 있다.
아울러 국가정보원, 국군기무사령부(현 군사안보지원사령부) 등 정보기관이 세월호 유가족뿐만 아니라 시민단체, 누리꾼, 언론사, 사법부까지 사찰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밖에 사참위는 안전사회 건설 대책 수립과 관련해 국가중독센터 설립, 독립적 해양안전 공익신고센터 도입 등 국가 재난관리 역량 강화 방안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피해지원과 관련해서는 피해자권리 관점에서 정보 제공, 배·보상, 피해구제, 2차피해 최소화 등을 위한 개선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호승 사참위원장은 “가습기살균제참사와 세월호참사의 진상규명과 피해지원을 위해 노력해왔다”며 “현재까지 조사된 상황을 잘 마무리해 안전사회를 바라는 국민들에게 소상히 설명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사참위는 올해 6월 10일까지 조사를 진행한 후 9월 10일까지 종합보고서를 작성해 국회와 대통령에게 보고해야 한다. 최종 보고를 앞두고 지난해 10월부터 조사과제 중간점검을 시작해 지난달 말까지 모두 마무리했다.
전원위원 임기를 보고서 제출 3개월 전인 올해 6월 10일까지로 정해놓은 특별법 부칙과 관련해서는 외부 법률 자문과 유권해석 등을 통해 다음달 대선 이후부터 활동 시점 불일치 문제 해결에 나설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