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통제의무 위반 여부 쟁점
금융위 라임펀드제재 재개 불가피
형평성·일관성에 무게 실리면
징계 대상자 불복 줄소송 가능성
여당 금융감독체계 개편 가속도
금융감독원이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에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 펀드(DLF) 사태 중징계(문책경고)를 취소하라’는 법원 판결에 불복, 항소하기로 했다고 17일 밝혔다. 사모펀드 사태로 제재가 진행 중인 다른 금융사 최고경영자들(CEO)의 명운도 다시 예측불허가 됐다. 소송 결과에 따라 여당에서 금융감독체계 법령 개정이 진행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손 회장은 우리은행장이던 2018~2019년 내부통제기준을 제대로 마련하지 않아 DLF 불완전판매 등을 유발했다는 이유로 금감원으로부터 문책경고를 받았다. 손 회장은 이에 소송을 제기했고 1심 법원은 금감원이 거론한 내부통제기준 마련 의무 위반 다섯가지 중 ‘금융 상품 선정 절차 마련 의무 위반’만 인정하며, 위반 정도에 비해 제재가 과하다 판단했다. 금감원의 손 회장에 대한 제재권한과 제재근거는 정당하다고 인정했다. 이에 금감원은 법률전문가 및 내부 회의를 거쳐 1심서 인정되지 않은 네 가지 사항도 ‘금융회사지배구조법’ 위반 소지가 있다 판단하고, 항소를 결정했다.
한때 항소 포기 가능성이 관측됐으나 행정당국이 판례도 형성돼 있지 않은 사건에 대해 항소를 포기하면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는 책임론에 휘말릴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항소 결정으로 사모펀드 사태로 현재 제재 절차가 진행 중인 다른 CEO들의 명운도 예측이 어렵게 됐다. 현재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도 DLF 제재로 1심 중이다. 손 회장은 라임 사모펀드 사태로도 금감원에서 문책경고가 결정된 상태다. 박정림 KB증권 대표와 나재철 전 대신증권 대표(현 금융투자협회장),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도 각각 라임과 옵티머스 사모펀드로 문책경고를 받았다. 지성규 하나금융 부회장은 라임 사태로 금감원으로부터 문책경고를 통보받고 제재심이 진행 중이다.
이들에 대한 제재는 금융위원회에서 확정되는데, 금융위는 손 회장 소송 결과를 보고 결정하겠다며 일정을 미뤄둔 상태다. 이번 항소로 소송 결과까지 상당한 시일이 필요한 만큼 금융위로서 일정을 더미룰 수도 없게 됐다. 형평성과 제재의 일관성을 유지한다면 제재 대상자들의 불복 줄소송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소송이 금융정책·감독체계 개편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커졌다. 금감원이 항소를 주저하면서 여권에서는 금융당국의 제재권을 확실히 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졌다. 사모펀드 사태로 오랜 기간 표류하던 금융소비자보호법이 전격적으로 국회에서 처리됐던 상황과 비슷하다.
이참에 금융정책 기능(금융위)과 금융감독 기능(금감원)을 분리하고, 소비자 보호 기능을 대폭 강화하자는 법안도 제출되고 있다. 국회에서 180석을 가진 여당인 만큼 의견만 모아지면 법 개정은 빠른 속도로 이뤄질 수도 있다. 다만 내년 대선을 앞두고 있고, 차기 대통령의 정부조직개편 때로 논의가 미뤄질 가능성도 크다.
김성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