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슨총리, 긴급 정상회의 소집
“각종 지원 보류가 英정부 입장”
영국이 20년 만에 다시 아프가니스탄 정권을 장악한 이슬람 무장 세력 탈레반에 대한 압박에 주도적으로 나섰다.
여성 등에 대한 인권 탄압 가능성을 사전에 방지하고, 아프간이 또다시 테러 세력의 중심지로 떠오르지 않도록 서방 세계가 사태 초반부터 적극 나서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올해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의장국인 영국의 보리스 존슨 총리는 22일(현지시간) 트위터에 글을 올려 24일 G7 긴급 정상 회의를 소집한다고 말했다.
화상으로 진행하는 회의에는 존슨 총리는 비롯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가 참석한다.
로이터 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G7 정상회의에서 영국이 탈레반에 대한 새로운 제재를 검토할 것을 촉구할 계획이라고 이날 보도했다.
익명을 요구한 영국 정부 관계자는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탈레반이 자국민에 대한 인권 유린 행위를 저지르고, 자국 영토를 테러리스트들의 은신처로 제공한다면 G7이 적극 나서 경제 제재를 가하고, 각종 지원을 보류해야 한다는 것이 영국 정부의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존슨 총리도 G7 정상 회의 소집을 알리는 트위터 글을 통해 이 같은 의지를 내비쳤다.
그는 “국제사회가 (난민들의) 안전한 대피를 보장하고, 인도주의적 위기를 예방하며, 아프간인이 지난 20년간 누려온 혜택을 지켜낼 수 있도록 협력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그동안 영국은 아프간을 완전히 점령한 탈레반에 대해 서방 국가 중 가장 명확하게 ‘강경’ 입장을 내비쳐왔다.
영국은 미국에 이어 아프간전(戰)에 가장 많은 군대를 투입한 나라다. 영국 해리 왕자는 10년 군 복무 중 두 차례나 아프간 파병을 다녀오기도 했다.
존슨 총리는 아프간 수도 카불이 탈레반의 손아귀에 떨어진 지난 15일 “아무도 성급히 탈레반 정권을 인정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공개 발언했다.
이틀 뒤 도미닉 라브 영국 외무장관은 영국 언론과 인터뷰에서 “탈레반과 마주 앉을 일은 당분간 없을 것”이라면서 “탈레반 정권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 위해 외교·경제적 제재를 통해 할 수 있는 것은 모두 하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서방 국가의 한 외교관은 탈레반에 대한 직접적인 제재 조치가 당장 열릴 G7 정상 회의에선 채택되지 않을 것 같다는 예상을 로이터에 전했다. 신동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