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친권제한 개선방안 연구용역 입찰공고
현행 제도 현황·문제점 파악…제도정비 방침
아동인권 전문가들 “신중한 접근 필요” 주문
3월 시행 ‘즉각분리제’처럼 부정적 효과 우려
아이들 갈곳 없는데 무조건 분리 정책 부작용
현장선 “실제 아동인권 고려 않고 도입” 비판
“‘생색용 탁상정책’은 더 큰 피해만 야기” 지적
[헤럴드경제=안대용 기자] 법무부가 아동학대 피해자 보호를 위해 현행법상 부모의 친권제한 제도를 개선하기로 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현장에선 대안없이 아이와 부모를 분리하는 게 능사가 아니라는 지적과 함께, 실제 아이들에게 추가 피해가 생기지 않도록 세심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23일 헤럴드경제 취재에 따르면 법무부는 ‘친권제한 제도의 문제점 및 개선방안’ 연구 입찰을 20일 공고했다. 27일부터 9월 1일까지 입찰서와 제안서를 받고, 9월 3일 제안서를 평가한 후 연구용역 주체를 정할 계획이다.
이번 연구용역은 아동학대처벌법, 민법 등 현행 법률에 산재한 친권제한 제도의 현황과 문제점을 파악하고, 피해 아동을 효과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제도 정비 차원에서 시작했다. 민법은 부모가 친권을 남용해 자녀의 행복과 이익을 해칠 경우 자녀 본인이나 다른 가족, 검사 등의 청구에 의해 친권 상실이나 일시 정지를 선고할 수 있도록 한다. 아동학대처벌법과 아동복지법은 아동학대를 발견했을 때 검사 등에게 친권상실 또는 친권제한 선고를 청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아동학대를 비롯한 아동인권 전문가들은 친권상실 문제에 대해 매우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가사사건 재판 경험이 많은 한 부장판사는 “아동학대가 있으면 곧바로 분리해야 한다는 이야기들이 많은데, 정작 이렇게 즉각 분리하는 것이 아이들에게 되레 더 안 좋을 수 있다는 것과 맥락이 통한다”며 “친권제한 문제 역시 개별적인 위험성을 판단해 섬세하게 접근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올해 3월 말부터 도입된 ‘피해아동 즉각 분리제’의 경우 많은 전문가들로부터 “현실을 모르고 만든 대책”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1년에 2회 이상 학대신고가 접수된 아동에 대해 현장조사 과정에서 학대 피해가 의심될 경우 아이를 분리하는 제도다. 문제는 이 아이들을 보호할 시설 자체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통계청 통계상 2019년 기준 아동학대 사례 건수가 3만45건, 재학대 아동수가 2776명이지만 피해아동쉼터의 수용 능력은 턱없이 모자란 게 현실이다. 즉시 분리가 되면 더 큰 어려움을 겪는 아동이 많은데 이들의 의사를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부모를 떼어놓는 데 치중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친권제한 문제의 경우에도 아직 형사사건화 되지 않은 대부분의 사례에서 친권상실 청구로 이어지면, 즉각분리제처럼 실제 아동의 인권이 고려되지 못하는 정책이 될 것이란 지적도 많다.
현장에서는 올해 초 사회적 공분을 일으켰던 ‘정인이 사건’처럼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진 사건을 기준으로 무작정 포커스를 맞춰 정책을 추진할 일이 아니라, 실제 다수 발생하는 아동학대 사건에 맞는 기본적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생색용 탁상정책’으론 아동학대 피해자에게 도움은커녕 더 큰 어려움에 노출시킨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에선 현행 친권제한 제도의 문제점을 살피면서 다른 나라의 입법례 연구가 이뤄질 예정이다. 법무부는 연구용역을 바탕으로 공공후견제도를 포함한 효과적인 아동보호 대책 도입을 검토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