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으로 우울증, 치매 치료

‘장 건강으로 행복한 뇌를 만들 수 있다’‘블루베리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극복에 도움이 된다’…

최근 유행하고 있는 TV채널의 건강 프로그램 광고가 아니다. 하버드 의대박사이자 코넬대 영양학자인 우마 나이두가 심리학, 영양학, 정신의학 등 의과학적 연구와 임상 끝에 도달한 결론이다. 나이두는 한마디로 우울, 불안, 강박, 치매, 불면 등 정신질환을 음식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한다. 주로 체중관리나 장수에 적용해온 식이요법이 정신건강에 영향을 미친다는 우마 박사의 주장은 좀 낯설다.

우마 박사는 ‘미라클 브레인 푸드’(북라이프)에서 뇌와 장이 어떻게 상호작용하고 음식이 정신건강에 어떤 식으로 기여하는지 전 세계 의과학적 실험과 600여 건의 최신논문을 바탕으로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가령 일상생활에서 많은 사람들이 경험하는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는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자연재해, 성폭행, 실연 등 다양한 형태의 트라우마가 원인이다. 공포감과 기억 회로가 해로운 방식으로 소통하면서 뇌가 트라우마 사건을 계속 재경험하도록 바뀐 때문이다.

트라우마는 시상 하부 뇌하수체 부신축을 통해 뇌의 투쟁-도피 체계를 작동시키는데 반복적인 스트레스는 이 활동을 계속 방해하게 된다. 시상하부 뇌하수체 부신축은 뇌와 장을 연결하는 경로 중 하나로, 이는 곧 장 역시 트라우마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며, 위궤양, 담낭 질환, 배변 장애를 일으키게 된다.

저자는 장내 박테리아의 건강한 증식이 트라우마의 영향력을 낮출 수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실험 쥐에게 락토바실루스 람노서스나 비피도박테리움 롱검 중 하나를 주입한 실험에서 실험쥐가 헐씬 차분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장내 박테리아를 조정하면 뇌의 화학적 구조도 변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저자는 트라우마에 빠진 뇌가 정상기능을 회복하는데 블루베리가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도 소개한다.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로 전두엽과 해마에 염증 및 산소 피해를 입은 쥐를 대상으로 블루베리의 항염 효과를 실험한 결과, 블루베리가 풍부한 먹이를 먹은 쥐의 뇌 속 세로토닌 수준이 높아졌고, 활성 산소와 염증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상태의 쥐는 SKA2라는 유전자의 발현수준이 굉장히 낮게 나타나는데, 이는 자살위험도가 높은 사람에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실험 쥐에게 매일 다량의 블루베리가 함유된 식사를 제공하자 뇌에서 SKA2수치가 높아진 것이다.

반면 설탕과 고당지수 탄수화물은 트라우마를 겪은 뇌에 치명적이다. 한 연구에 따르면, 보스니아 내전을 피해 망명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환자 15명을 대상으로 급성 스트레스가 포도당 대사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결과, 급성스트레스가 코르티솔과 식후 혈당 수치를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앓는 여성이 그렇지 않은 여성에 비해 2형 당뇨에 걸릴 위험이 두 배 더 높아진다.

장에는 뇌 화학 물질의 생성을 담당하는 장내 박테리아가 상당수 존재하는데, 기분과 감정을 통제하는 세로토닌 수용체의 90퍼센트가 장에 위치한다. 1억~5억개의 뉴런을 포함하는 장 신경계가 ‘제2의 뇌’로 불리는 이유다

책에는 통합적 정신의학적 치료방식에 기반, 우울증, 불안, 행동장애, 치매 및 뇌 안개, 강박 장애, 조현병, 성 본능까지 총 10가지 질환별 증상을 악화시키거나 개선하는 음식을 소개해 놓았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미라클 브레인 푸드/우마 나이두 지음, 김지혜 옮김/북라이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