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세 부담 완화 말했지만, 6월부터 세금·규제 강화
“부자감세” 비판에 양도·보유세 경감 스톱
집값은 지속 상승…부동산 시장 불안 가중
[헤럴드경제=최정호 기자] 부동산으로 나빠진 민심이 4월 재보궐 선거 결과에서 여실히 나타났다.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부동산특별위원회 위원장의 진단이기도 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부동산 죽비를 맞았다”고 했다. 이에 따라 정부와 여당도 조세부담 경감과 금융규제 완화, 그리고 공급확대를 골자로 부동산 정책 대전환에 나섰다. 하지만 지금까지 결과는 실망스럽다. 오히려 세 부담 증가, 전·월세 시장 불안으로 나타나고 있다. 당정청 조율 과정에서 엇박자가 이어지며 규제 완화라는 방향성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친 정부 성향인 열린 민주당의 주진형 최고위원은 이를 두고 “뒤죽박죽 한마디로 망작”이라며 대놓고 비판했다. 그는 지난 31일 “망해도 논리가 있어야 일관성이라도 있지, 망작에다 개칠하면 뭐가 뭔지도 모르게 된다”며 갈팡질팡하는 부동산 대책을 성토했다.
당장 1일부터 달라지는 부동산 관련 제도를 보면 이 같은 발언이 결코 과장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민주당과 정부는 ‘누구나 집’이라는 신조어까지 동원하며 대출규제 완화, 세 부담 경감, 공급 확대를 추진했지만, 정작 이날부터 나타난 체감 효과는 양도세 급증과 전월세 분쟁 뿐이다.
실제 이날부터 매각하는 주택에 대한 세금, 양도세 고지서상의 숫자는 크게 늘었다. 1~2년 내 사고팔 경우 시세차익의 75%까지 세금으로 내는 경우도 나온다. 다주택자의 매각을 유도해 시중 공급 물량을 늘리겠다고 말해 놓고, 정작 매각 시 세 부담을 늘린 꼴이다.
지난 4년 간 오른 집값 때문에 중산층·서민까지 보유세 부담이 늘고 있지만 경감 대책은 아직도 ‘제자리 걸음’이다. ‘부자 감세’라는 반대 의견에 재보선 이후 정책 전환 노력은 사실상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6월 1일 기준으로 정해지는 종합부동산세는 공시가격 대비 0.5%~2.7%에서 0.6%~3.0%로 늘어났다. 재산세는 공시가격 기준 6억원에서 9억원 사이 1주택 보유자에 대해 0.05%포인트 경감해준다고 했지만, 그 액수는 가구당 10만원 내외에 그칠 전망이다.
이 사이 집값은 더 올랐다. 한국부동산원이 이날 발표한 5월 전국주택가격동향 자료에 따르면 서울의 주택 매매 가격은 0.4% 상승했다. 4월 0.35%보다도 상승폭을 키운 것이다. 지난달 서울 전세 시장은 0.18%, 수도권은 0.37%가 올랐다.
한 시장 관계자는 “급등한 집값에 이제는 같은 돈을 가지고도 외곽 지역을 선택할 수 밖에 없는 매매시장처럼, 전월세 시장도 이렇게 될 가능성이 높다”며 악화 일로에 빠진 시장 상황을 전했다.
전문가들은 정부 여당의 일관성 있는 부동산 정책 재정립을 촉구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 여당의) 지지도가 떨어지니 이렇게 저렇게 해보는 것 같다”며 “하지만 이미 여러번 경험했듯이 시장혼란만 부추길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은 부동산 대책 마련과 관련해 이달 중 당정 차원의 공급대책 태스크포스(TF)를 별도 구성해 공급 및 세제 정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당 지도부 소속 한 의원은 “6월에는 상상도 못 할 정도의 부동산 공급 정책을 제안해 청년에게 희망을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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