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조정에 그친 민주당 주택시장 안정방안
양도세·종부세 완화에 정부 “현행 유지”
“부자 감세” 당내 반대파와 대립도
이달 양도세제 시행 등 상황 악화 우려
“수요 억제 정책 합리적 조정 필요”
[헤럴드경제=김은희 기자] 정부여당이 4·7 재보선 패배를 기점으로 대대적인 부동산 정책 전환을 예고했으나 규제 중심의 정책 기조를 유지하기로 뜻을 굳힌 분위기다.
더불어민주당 부동산특별위원회가 공급·금융·세제를 아우르는 주택시장 안정 방안을 내놨으나 전반적인 규제를 미세 조정하는 수준에 그쳤고 종합부동산세·양도소득세 완화 방안 등은 과세기준일인 6월 1일이 지나도록 확정짓지 못했다. 당내에선 ‘이러다가 내년 대선에서 진다’는 우려의 목소리까지 나오지만 급격한 정책 전환이 시장에 그릇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의견과 부딪히며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1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부동산특위는 1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비과세 기준금액을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올리고 양도차익 규모별로 장기보유특별공제율 상한을 설정하자는 안을 내놨으나 정부 측은 현행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어 채택이 불투명하다.
김진표 부동산특위 위원장이 취임 일성으로 ‘거래세 완화·보유세 강화’를 강조하고 송영길 대표가 양도세 조정을 시급한 과제로 언급하면서 양도세 완화가 예상됐으나 한발 물러서게 된 셈이다.
종부세 완화에 대한 의견도 정리되지 않았다. 특위는 적용기준을 ‘공시가 상위 2%’로 바꾸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으나 ‘부자감세’라는 당내 반발이 일면서 보류됐다. 정부도 현행 종부세 제도를 유지하면서 60세 이상 1주택자 중 전년도 소득이 3000만원 이하인 국민에게 소유권 변동 시까지 납부를 유예하는 방안을 제시해 입장차가 큰 상황이다.
주택 매물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으로 논의됐던 다주택자·단기거래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유예는 당내 반대에 부딪혀 일찌감치 무산됐다. 양도세 중과를 완화하자는 논의는 올해 초부터 수차례 이뤄졌으나 투기세력으로 규정해온 다주택자에 대한 세 부담을 완화할 경우 정부 정책의 근간이 흔들릴 것이라는 우려가 컸던 것으로 보인다.
친문계 강병원 민주당 최고위원은 지난달 28일 “다수 의원이 종부세 기준을 흔들거나 양도세 비과세 폭을 확대하는 데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갖고 있다”며 “불로소득 환수는 민주당의 가치다. 불로소득인 과도한 양도차익에 대해 과세하는 것은 정당하고 종부세 역시 조세정의의 실현”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이 일부 규제 완화책을 제시했지만 당장 시장 안정 효과를 거둘 만한 한방은 없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무주택 실수요자가 집을 사고 팔고 보유할 때의 혜택을 늘리는 데 초점이 맞추면서 현 부동산 시장의 가장 큰 문제인 수급불균형 해결을 놓쳤다는 것이다.
정부는 종부세 인상·양도세 중과를 앞두고 다주택자가 매물을 쏟아내길 기대했으나 매도 대신 보유·증여를 선택하면서 매물 잠김·거래 절벽 현상이 나타났고 이런 상황에서도 가격 상승세는 꺾이지 않았다. 이달 양도세제 시행 등으로 시장 상황은 더욱 악화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김성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시장에 매물이 나오게 만드는 가장 큰 요인은 세금 이슈”라며 “세제 혜택과 가격 상승에 대한 시장의 기대를 비교했을 때 세금을 내더라도 보유했을 때 혹은 배우자나 자녀에게 증여했을 때 얻는 편익이 크다면 시장 영향은 적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수요 억제 정책 기조를 재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연구실장은 “결국 재고주택시장에서 순환이 이뤄져야 하는데 사람들이 집을 팔 마음을 먹게 하는 정책이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며 “4년간 누적된 수요억제 정책에 대한 합리적 조정이 필요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ehki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