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주마·마리노·베네통·쳉 등 컬렉터 세계 미술계 혁신 이끌 주역으로 주목

무명의 각국 작가 작품 한데모아 전시 숨은 인재·여성작가 찾아 세계누비기도

미술품 투자를 통해 수십억원을 벌어들였다는 것은 더 이상 새로운 뉴스가 아니다.

재력과 안목을 동시에 갖춘 세계적인 컬렉터들 중에는 단순히 미술품 거래를 통해 차익을 실현하는 아트 투자자로서가 아니라 자국의 예술을 세계에 알리거나, 세계 곳곳에 숨겨진 유망한 아티스트들을 발굴하는 등 세계 미술계의 혁신을 이끄는 주역으로서 활동하기도 한다.

인터넷 미술 매체 아트넷(Artnet)은 최근 보도를 통해 ‘혁신적인 컬렉터(Innovative collector) 20인’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나이지리아 갑부인 테오 단주마, 세계적인 건축가 피터 마리노, 이탈리아 의류기업 베네통의 창업자 루치아노 베네통 등이 이름을 올렸다.

[슈퍼리치아트/메인] “돈이 전부가 아니다”…세계 미술계 혁신 이끄는 슈퍼컬렉터들

▶자국의 예술 알리는 슈퍼리치 컬렉터들=전 나이지리아 국방장관이자 아프리카의 29번째 거부(巨富)인 테오필루스 단주마의 아들 테오 단주마(Theo Dnjuma)는 손꼽히는 아트 컬렉터 중 하나다.

단주마는 우연한 기회에 에티오피아 출신의 여성 추상회화 작가 줄리 머레투(Julie Mehretu)의 작품을 만난 것을 계기로 현대미술 애호가의 길에 들어서게 됐다. 이후 400여점의 작품을 수집하며 그의 가족 소유의 라고스 호텔에 현대 미술품을 전시하는가 하면, 젊은 예술학도들과 세계적 명성의 아티스트들이 만날 수 있는 교류의 장을 제공하는 등 나이지리아 현대미술을 세계에 알리는 데 공을 세우고 있다.

자산 규모 160억달러(약 17조원)의 부동산과 리테일 제국을 이끄는 홍콩 뉴월드개발(New World Development)의 수장인 애드리언 쳉(Adrian Cheng)은 중국 현대미술의 붐을 이끌고 있는 컬렉터 중 한 명이다. 탁월한 경영 능력 뿐만 아니라 예술과 문화에 조예가 깊은 쳉은 예술과 쇼핑이 결합된 신개념 쇼핑몰 브랜드 ‘K11’을 홍콩과 중국에 론칭하며 문화사업가로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현재 홍콩과 상하이, 청두에 지점을 둔 아트몰 K11은 중국 현대미술을 알리는 뮤지엄으로써 선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 또 쳉은 K11 예술재단을 설립해 중화권의 신진 예술가들을 키우는 데 아낌없이 돈을 투자하고 있다. 이러한 공을 인정받아 세계적인 미술잡지 아트뉴스는 ‘전세계 전도유망한 컬렉터 10인’의 명단에 쳉을 꼽기도 했다.

[슈퍼리치아트/메인] “돈이 전부가 아니다”…세계 미술계 혁신 이끄는 슈퍼컬렉터들

▶잠재력 있는 아티스트를 찾아 세계 어디든 간다=이탈리아의 의류 그룹 베네통의 설립자인 루치아노 베네통은 현대 미술계 역사에 기록될 만한 컬렉션 프로젝트를 이끌었다.

‘이마고 문디(Imago Mundiㆍ세계의 이미지라는 뜻의 이탈리아어)’라는 이름의 베네통 컬렉션은 세계 각 지역의 문화적 차이를 수용하고 재능있는 미술가들을 발굴하기 위한 프로젝트였다. 이마고 문디 컬렉션은 각국 순회전 형태로 기획돼 지난해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첫 선을 보인 바 있다. 전시에서 선보인 작품들은 호주, 인도 등 전세계 작가들에게 의뢰한 작품들로 빼곡히 채워졌다. 높이 180㎝가 넘는 대형 나무틀 칸칸에 가로 12㎝, 세로 10㎝의 작은 이미지들을 모자이크한 듯 균일하게 채워넣었다. 이 전시는 세계 곳곳의 재능있는 무명 미술가들이 평단의 주목을 받는 계기가 됐다.

세계를 무대로 좀더 공격적인 ‘작가 사냥’에 나서는 컬렉터도 있다.

브라질의 채권중개인이자 예술품 컬렉터인 페드로 바르보사(Pedro Barbosa)는 세계 각국에 숨겨진 예술 인재를 발굴하는 컬렉터다. 그는 개인 큐레이터를 현장으로 보내거나 그의 집으로 큐레이터를 직접 초빙하기도 하는 등 적극적으로 작품 구매에 나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호나다스 데 안드라데(Jonathas de Andrade)와 안드레 고마츠(Andre KOmatsu) 같은 자국의 젊은 작가들부터,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레바논 아티스트 레이얀 타벳(Rayyaanne Tabet)도 바르보사가 일찍이 점찍은 유망 작가들이다. 또 아르헨티나의 설치미술가 토마스 사라세노(Tomas Saraceno), 아이슬란드 출신 설치작가 올라퍼 엘리아슨(Olafur Eliasson), 독일의 사진가이자 비디오아티스트인 볼프강 틸만스(Wolfgang Tillans) 등 그의 컬렉션 리스트엔 국적 스펙트럼이 다양한 실험적인 작가들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슈퍼리치아트/메인] “돈이 전부가 아니다”…세계 미술계 혁신 이끄는 슈퍼컬렉터들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주는 컬렉터…‘시대정신’을 수집하는 컬렉터=영국 런던의 뉴본드스트리트에 위치한 샤넬의 고급 플래그십 스토어. 이 매장엔 현대미술가 장 미셸 오토니엘(Jean Michel Othoniel)의 유리구슬 작품이 전시돼 있다.

샤넬 플래그십 스토어를 설계한 장본인은 바로 뉴욕에 기반을 둔 세계적 건축가 피터 마리노(Peter Marino)다. 샤넬, 루이비통 등 세계적인 패션하우스들의 건축물을 설계했던 마리노는 르네상스와 바로크 시대의 브론즈 조각들을 모으는 컬렉터로도 유명하다.

평소 올블랙 가죽 패션을 즐겨 입는 마리노는 그가 디자인한 샤넬 부티끄에 설치할 아름다운 조형물을 오토니엘에게 제작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오토니엘은 코코 샤넬의 상징적인 진주에서 영감을 받아 영롱한 유리구슬 속에 영원불멸의 아름다움을 투영시킨 작품을 만들어냈다.

마리노가 매장 설계를 맡은 런던의 루이비통 메종 역시 현대 미술의 최고 작품들로 가득하다. 무라카미 다카시, 데미안 허스트, 제프 쿤스, 장 미셸 바스키아 등 당대 최고의 아티스트들의 작품이 전시돼 있다. 오는 12월에는 마이애미 바스미술관(Bass Museum of Art)에서 마리노의 컬렉션이 전시 형태로 선보일 예정이다.

[슈퍼리치아트/메인] “돈이 전부가 아니다”…세계 미술계 혁신 이끄는 슈퍼컬렉터들

미술품으로써 거래가 쉽지 않은 미디어아트는 컬렉터들에게는 인기없는 미술 장르 중 하나다. 여성 아트 딜러였던 잉빌트 괴츠(Ingvild Goetz)는 1990년대부터 미디어아트 작품을 수집하기 시작해 오늘날 전세계적으로 가장 방대한 미디어아트 컬렉션을 보유하고 있는 개인 컬렉터 중 하나로 꼽힌다. 뮌헨 시의 전원주택 지역에 개인미술관을 설립한 괴츠는 시대정신을 반영한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수집해 전시했다. 그녀는 특히 컬렉션의 절반 이상을 여성 작가들의 작품으로 채울 정도로 혁신적인 여성 작가들에 대한 대단한 애정을 보여주고 있다.

김아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