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포인트 돌파 2007년 vs 3000포인트 돌파 2021년

기업의 펀더멘탈에 기초…올해 개인 직접 투자 증가

2004~2007년 펀드 열풍 때보다 발빠른 개인의 시장 대응

[헤럴드경제=이태형 기자]지난달 11일 장중 3266.23포인트를 기록하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한 코스피 지수의 상승세가 주춤하고 있다. 2007년 7월 25일 처음 2000포인트를 돌파한 이후 지난달 6일 13년 5개월 만에 장중 3000포인트를 넘어선 코스피 지수가 상승을 지속할 지 관심이 쏠린다.

특히 ‘박스피’라고 불릴 정도로 오래 이어졌던 등락 범위 상단을 돌파하고 코스피가 새로운 영역으로 나아갔다는 점에서 2000포인트를 돌파했던 2004년부터 2007년과 자주 비교된다.

지수는 기업 펀더멘탈의 함수

코스피는 2005년에 이전까지 15년간 이어졌던 박스권, 1000포인트 선을 돌파하고 이후 2007년 2000포인트 선까지 상승했다. 이후 코스피는 또다시 2000~2100대 박스권에 13년간 갇혔다. 그러나 지난해말부터 시작된 코스피 상승 랠리는 단숨에 3000포인트를 훌쩍 넘어섰다.

기업 이익을 보면 2000포인트 돌파 시점과 지금 모두 기업의 이익이 늘었거나 늘 것으로 예상된다. 유가증권시장 기업 이익은 2003년 24조원에서 2004년 55조원으로 2배 넘게 증가했다. 이후 2006년까지 50조원 수준을 유지하다가 2007년 60조원을 넘어섰다. 주가는 그 해 10월 고점을 치고 2008년 금융위기와 함께 이익도 30조원으로 반토막이 났다.

2017년 140조원으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던 기업 이익은 2018년엔 130조원으로 감소했다. 2019년 70조원으로 큰 폭 감소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2020년 이익은 89조원 수준으로 증가가 예상된다(에프앤가이드). 올해 기업 이익은 130조원으로 작년보다 50% 가까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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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산업 vs 성장산업…개인이 상승 주도

2004년~2007년 사이 글로벌 증시 상승은 중국이 주도했다. 해당 기간 중국 증시는 4배 가까이 올랐다. 중국 투자 증가의 수혜를 본 한국 증시 역시 같은 기간 2배 이상 오르면서 주요국들 중 상승률이 중국 다음으로 높았다. 당시 코스피 상승을 주도한 업종은 에너지, 소재, 산업재 등 기초산업들이었다.

최근 몇년간 글로벌 증시 상승을 주도하는 건 나스닥으로 대변되는 대형 기술주들이다. 2017년 이후 최근까지 한국 증시에서도 IT, 커뮤니케이션(인터넷), 헬스케어 등 성장산업의 비중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주가 밸류에이션 측면을 보면 한국 증시에 추가적인 업사이드를 기대할 수 있다. 한국 증시 12개월 선행 PER은 13.7배(MSCI Korea 기준)로 과거 대비 가장 높은 수준이지만 글로벌 증시는 더 많이 올랐다. 한국은 글로벌 대비 30% 밸류에이션 할인을 받고 있는데, 2004년~2007년 사이엔 할인 폭이 0에 근접했었다.

그 시점상의 가장 두드러진 차이점은 상승을 주도하는 주체다. 지금은 ‘동학개미’로 대변되는 개인들이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는 게 과거와 가장 다른 점이다.

특히 개인의 투자 패턴 측면에서 지금과 2007년은 상당한 차이가 있다.

중국 특수로 증시 호황기를 겪었던 2004~2007년은 펀드 열풍이 불었던 때로 이미 구성된 포트폴리오에 투자하는 간접 투자 방식이 보편적이었다.

2004년부터 금융위기 전까지 매달 일정 금액을 투자하는 적립식 펀드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주식형 공모펀드 시장이 급성장했다. 2004년초 6조7000억원에 불과했던 국내 주식형 공모펀드 순자산총액(AUM) 규모는 2007년말 64조원으로 4년 만에 10배 가까이 성장하는 저력을 보였다. 판매잔고 중 개인 고객 비중도 2007년말 기준 94.5%에 달했다.

반면 지금은 유튜브 등 온라인 매체를 통한 정보 접근성 확대로 주식형 펀드를 환매하고 개별주에 직접 투자하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

직접 투자 선호도가 증가하면서 개인 투자자의 시장 대응 속도는 과거보다 눈에 띄게 빨라졌다. 직접 투자를 의미하는 코스피 개인 수급은 2020년 3월 이후 지수에 선행해 발빠르게 움직였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개인의 증시 참여도가 높아지면서 시장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는 투자자들도 늘어났다.

증시 상승에 기여한 주도주 수급도 비슷한 움직임을 보였다. 화학, 철강 등 2004 ~2007년 중국 성장 수혜주로 분류됐던 경기민감주 투신 수급은 2000포인트 돌파 후부터 본격적으로 유입됐다. 반면 IT, 헬스케어 등 2020년 포스트 코로나 관련주로 주목받은 성장주 개인 직접 투자 규모는 2020년초부터 꾸준히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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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투? 영끌? 유동성 리스크는 제한적

연초 코스피 3000포인트 돌파 이후 시장은 향후 지수 흐름에 촉각을 세우고 있 다. 개인 매수 대기 자금인 고객예탁금, 신용융자잔고 측면에서 2007년과 비교해 보면 특별한 리스크 징후가 보이지 않는다.

2007년 7월 2000포인트 돌파 직후 전체 시가총액 대비 고객예탁금은 1.6% 기록 후 확연하게 감소했다. 현재 고객예탁금 비중은 2020년 4분기 코스피 신고가 경신 이후에도 3% 전후로 유지 중이다.

빚을 내 주식 투자를 하는 개인 투자자 급증 우려도 과거에 비해 제한적이다. 2007년 7월 신용융자잔고 규모는 당해 2월 신용거래 활성화 제도 도입으로 5개월만에 14배 급증해 주가 급변동에 따른 반대매매 리스크가 높았다.

이에 반해 현재 신용잔고는 사상 최고치인 21조원을 돌파했으나 시가총액 대비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개인 주식 신용 매수 비중도 증권사의 엄격한 리스크 관리로 금융위기 이후 평균 수준(11%대)을 하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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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다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정부 정책도 당분간 개인 주식 투자를 장려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으로 예상된다. 정책 당국에서 실물과 괴리된 자산시장 과열 우려가 일부 제기되고 있으나 증시보다 부동산 시장이 먼저 타겟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정부는 공매도 금지 추가 연장을 결정했고, 장기투자 세제혜택을 검토하고 있다. 단기 속도 조절에 따른 우려에도 불구하고 개인 주도 증시 흐름은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