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울·경 “가덕 신공항 가야” vs 대구·경북 “정치적 결정”

당 지도부도 시각차…시의적·절차적 문제 제기에 집중

“與 입장선 1석 2조…‘행정수도 이전’ 이은 분열 작전”

당내 분열 경계하면서도…이해관계 극명·교통정리 요원

홍준표, TK지역 의원 중 유일하게 가덕도 신공항에 찬성

野, 가덕신공항 두고 PK “환영” TK “횡포”…“與 분열작전에 또 뒤통수”
곽상도 의원 등 국민의힘 대구경북 지역구 의원들이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김해신공항 백지화 관련 간담회를 하고 있다. [헤럴드경제=이상섭 기자]

[헤럴드경제=정윤희 기자]국민의힘이 분열 양상에 빠졌다. 김해신공항 백지화를 둘러싸고 당의 주류인 부산·울산·경남(PK)과 대구·경북(TK)이 갈라졌다. PK지역 의원들은 일제히 환영하며 ‘가덕도 신공항 신속 추진’에 무게를 싣는 반면, TK 의원들은 “정치적 결정”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당 지도부도 속내가 복잡하다. 당장은 ‘선거를 앞둔 조변석개’라는 시의적·절차적 문제를 제기하는데 그쳤지만, 내년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고려하면 섣불리 찬반 입장을 내놓긴 어렵다. 당의 ‘투 톱’인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적극 검토”를, 주호영 원내대표는 “감사원 감사”를 언급하며 온도차를 드러낸 것도 그래서다.

18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PK-TK지역 의원들이 지역 이해관계에 따라 상반된 입장을 속속 내놓으며 신공항을 둘러싼 당내 긴장감이 고조되는 상태다. 지역간 이해관계가 극명한 만큼, 쉽사리 교통정리가 되긴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국민의힘 부산시당위원장인 하태경 의원(부산 해운대갑)은 헤럴드경제에 “(정부여당의) 정치적 계산이 뻔히 보이지만, 미래를 위한 선택을 해야 한다”며 “(정부여당이) 나라 운영을 이렇게 해도 되나 불만이 있을 수 있지만, 당내서 우리가 (TK 지역을) 설득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신공항 갈등의 본질은 여야가 아닌 지역의 문제”라며 “민주당 역시 대구시당, 경북도당 등에서는 반대할 것”이라고도 했다.

복수의 부산지역 초선 의원들 역시 “(정부가) 4년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다가 이제와서 결정한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면서도 “하루 빨리 가덕도 신공항에 착수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당내 최다선(5선)이자 부산시장 출마설이 나오는 서병수 의원(부산 부산진갑)도 “신공항 정치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며 “내일은 가덕도 신공항을 선언하라”고 목소리를 냈다.

野, 가덕신공항 두고 PK “환영” TK “횡포”…“與 분열작전에 또 뒤통수”
김수삼 김해신공항 검증위원장이 17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김해신공항 검증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

반면, TK지역 의원들은 조직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대구시당위원장인 곽상도 의원(대구 중남)을 필두로 한 TK지역 의원 12명은 전날 오후 의원회관에서 간담회를 열고 “김해신공항 확장사업은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문을 내놨다.

곽 의원은 “국책사업이 갑자기 부산시장 보궐선거용으로 뒤바뀌니 참담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며 “아무 권한도 없는 총리실 검증위의 결과에 백지화 수순 밟는 것은 국책사업 신뢰하는 국민에 대한 횡포”라고 질타했다.

다만, ‘가덕도 신공항 반대’를 직접적으로 외치지는 않았다. 극단적인 당내 분열은 지양해야 한다는 조심스러움이 읽히는 대목이다.

권영진 대구시장 역시 이날 KBS라디오에서 “영남이 극도로 분열하게 될 것”이라며 “(정부여당이) 선거 때문이 아니란 것은 ‘소도 웃을 이야기’다. 솔직히 말하면 내년 선거에 표 되니까 하는 것이다. 한두 번 우려먹은 게 아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TK가 지역구인 의원 중에서는 유일하게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가덕도 신공항에 찬성하고 나섰다. 홍 전 대표는 “수도권과 강원도는 인천 공항, 충청과 TK는 대구 통합 신공항, 부·울·경은 가덕 신공항, 호남은 광주 공항을 무안 공항으로 통합해 이를 격상 시켜 각각 지역 관문 공항으로 만들면, 수도권 첨단 산업들이 대거 지방 이전을 이뤄 지역 균형 발전을 도모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당 내서는 “행정수도에 이은 (여당의) 분열 작전에 또 뒤통수 맞는 것 아닌가”라는 불안감도 표출된다. 영남권 민심이 극도로 분열되면서 내년 보선 뿐만 아니라 내후년 대선구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다. 최근 김종인 위원장이 수차례 ‘단일대오’, ‘원팀’을 강조했던 것도 무색해졌다는 지적이다.

당 관계자는 “민주당 입장에서는 선거를 앞두고 부산시민들에게 구애도 하고, 우리당을 분열시킬 수 있는 1석2조의 전략인 셈”이라며 “가덕도 신공항 문제는 우리당의 주요 기반인 TK-PK 간 이견이 극명하기 때문에 당내 측면에서만 보면 행정수도 이전 이슈 때보다도 더 큰 혼란과 분열이 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