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대표로 첫 국회연설 뭘 담았나
약자·공정·균형·협치·연대 강조
코로나19 이후 미래 비전 제시
‘우분투’·‘윈-윈-윈’ 생소한 용어도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첫 국회 연설을 통해 차기 대권의 유력 주자로서 사실상의 국가운영전략, 집권의 비전을 밝혔다.
코로나19로 어려운 현재 민생을 진단하고, 미래 대전환의 중요성을 호소했다. 재난지원금이나 추경 같은 단기적 과제를 넘어 행복국가·포용국가·창업국가·평화국가 등 청사진을 그렸다.
이 대표는 7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45번의 ‘국가’, 16번의 ‘정치’, 그리고 10번의 ‘경제’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또 약자, 공정, 연대, 협력, 협치를 강조했다. ‘경제’와 함께 강조된 건 15번이나 언급한 ‘뉴딜’이었다.
이 대표가 연설에서 가장 역점을 둔 건 단연 ‘코로나19’였다. 민심을 다독이는데 주력한 것이다. 이 대표의 연설에서 ‘코로나’는 30번 사용됐다. 그는 특히 감성적 분위기를 형성하며 국민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을 강조했다.
그는 “‘힘듭니다. 힘듭니다. 힘듭니다’라는 글을 써 붙인 가게가 있다. 하루에 순댓국 두 그릇을 팔았다는 식당이 있다. 대출받아 차린 PC방을 한 달재 닫은 청년이 있다”고 나열했다. 이어 “세상이 그렇듯, 재난도 약자를 먼저 공격한다”고 호소했다. ‘위기’란 단어를 21번 사용하며 현상을 진단했다.
코로나19 이후의 시대에 대한 미래의 비전을 그리기도 했다. 그는 “‘M세대’를 아느냐. 마스크 세대, 요즘 아이들을 M세대로 부른다고 한다”며 “개발과 성장, 경쟁과 효율이 중시되던 시대가 지나고, 생명과 평화, 포용과 공존이 중시되는 시대가 오고 있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그런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사회안전망·녹색전환·성평등·균형발전을 강조했다.
이 대표는 연설에서 공격적이고 전투적이기 보단 포용적이고 온화한 모습을 보였다. ‘싸움’, ‘대결’을 강조하기 보단 ‘함께’, ‘선도’의 단어를 사용하며 방역에 함께 참여해주길 호소했다. ‘희망’, ‘평등’이란 말도 각각 5번씩 사용했다. 다만, 방역과 공수처를 거론한 대목에서는 야권과 각을 세웠다.
낯선 단어도 나왔다. 이 대표는 사람들간의 관계와 헌신을 의미하는 아프리카 반투족의 전통사상 ‘우분투’를 내걸었다. 그는 “‘우분투’의 정신으로 우리는 K방역을 성취했다”며 “그것이 처음이 아니었다. ‘우분투’의 마음으로 전쟁과 가난을 딛고 일어섰다. 산업화와 민주화를 달성했다. IMF 외환위기도, 글로벌 금융위기도 이겨냈다”고 말했다.
교황의 말을 인용하기도 했다. 그는 “신은 늘 용서한다. 인간은 가끔 용서한다. 자연은 결코 용서하지 않는다”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말을 읊으며 코로나 같은 감염병이 환경파괴와 기후변화에서 연유했다는 점을 설명했다. 감염병 전문병원의 권역별 설치, 공공의료체계 강화 등 ‘건강 안전망’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함이었다.
‘윈-윈-윈의 정치’라는 말로 협치도 강조했다. 이 대표는 “국난을 헤쳐나가는 동안에라도 정쟁을 중단하고 통합의 정치를 실천하자. 국민과 여야에 함께 이익되는 윈-윈-윈의 정치를 시작하자. 저부터 노력하겠다”고 했다. 홍승희·김용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