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14일 1차 파업 단행…합의 접근에 “정부 못 믿겠다”

지난 밤새 민주당 실무팀과 협의 이어가…정부와 ‘2중 협상’

민주당-의협 합의문 서명…이낙연 “의협, 국민 걱정에 응답할 의무 안게 됐다”
[헤럴드경제=이상섭 기자]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오른쪽)과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에서 의대 정원 확대, 공공 의대 신설 추진 원점 재검토 등을 내용으로 한 정책협약 이행 합의서에 서명한 뒤 인사하고 있다.babtong@heraldcorp.com

[헤럴드경제=홍승희 기자]정부의 의대 증원 및 공공의료확충 정책에 반대했던 대한의사협회(의협)의 집단휴진 사태가 일단락됐다. 정부·여당과 의협 사이에 극적 합의가 타결되면서다. 지난 14일 이례로 총파업을 간헐적으로 이어온 의협은 지난 밤 사이 당정을 연달아 만나며 끝까지 협의를 이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4일 한정애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의협과의 서명식 자리에서 “오늘 새벽까지 우리 당과 대한의사협회는 합의서의 검토와 서로의 요구사항과 요구사항을 적절하게 조정하고 균형점을 찾아내는 일련의 과정이 있었다”며 “어제 계속적으로 협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도 전공의 협의회 비롯한 전임의가 따로 찾아와 따로 얘기를 들려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정치권에 따르면 의사협회는 전날 오후 10시 반부터 12시 반까지 두 시간 가량 정부와 만나 의견을 수렴했다. 그 이후로 민주당 실무팀을 만나 ‘2중 동시 협상’을 진행했다.

합의문에는 의대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신설 추진을 중단하고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재논의 한다는 내용이 골자로 담겼다. 사실상 ‘전면 재논의’라는 의료계의 요구가 관철된 것이다.

최대집 의협회장은 서명식에서 “비록 합의안에 ‘철회’가 들어가있지 않지만 ‘중단 후 원점 재검토’가 사실상 같은 의미라 생각해서 잘 만들어진 협의안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정의당, 민주-의협 ‘공공의료 확충 원점 재검토’ 합의에 “매우 유감”
전국의사 2차 총파업 첫날인 26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아주대학교병원에서 의료진이 벗어놓은 가운 앞으로 병원을 방문한 시민들이 지나고 있다. [연합]

의협은 정부의 공공의대 신설·의대인력 확충·비대면 진료 도입 등에 반발해 지난달 14일 1차 파업을 단행했다. 의사가 부족한 게 아니라 진료과와 지역에 따른 불균형한 인력 배치가 문제라는 지적이었다.

지난달 26일엔 의협의 2차 총파업을 앞두고 의대 정원 확대 정책을 중단하겠다는 정부 제안에 대해서도 ‘철회 명문화’를 요구하며 반대해 합의가 불발됐다. ‘정부를 못 믿겠다’는 것이었다.

이른바 ‘의협 달래기’에 나선 민주당은 전날 야권까지 포함한 범 국회 차원의 특위 구성까지 약속하고 나섰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금 의료계에서 제기하고 있는 여러가지 문제까지 다 포함한 논의를 위해 국회 내에 특위를 설치하기로 원칙적으로 합의했다”며 “의료계와의 협상과정은 국회의 논의 구조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집단 휴진에서 타결까지…최대집 등장까지 가슴 졸였던 의·정 합의 서명식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과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19일 오후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 '보건복지부-대한의사협회 긴급 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

의협도 중구난방이던 내부 의견을 하나로 모아 단일안을 만들었다. ‘4대악 저지투쟁 특별위원회(범투위)는 전날 오후 비공개회의를 열고 만장일치로 내부 단일 협상안을 도출했다. 젊은의사 비대위는 이날 의료 현장 필수 인력 투입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내놓는 등 한 발 물러선 모습을 보였다.

그렇게 타결된 의협과 민주당의 합의문에는 “대한의사협회와 민주당은 국민의 건강과 보건의료제도의 발전이라는 공동의 목표 아래, 지역의료 불균형, 필수의료 붕괴, 의학교육과 전공의 수련 체계의 미비 등 우리 의료체계의 문제에 대한 근본적 해결과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정책협약을 체결하고 이행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전제가 깔렸다.

집단 휴진에서 타결까지…최대집 등장까지 가슴 졸였던 의·정 합의 서명식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이 더불어민주당과 의대정원 원점 재논의 정책협약 이행 합의서 체결을 위해 4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

정부와의 서명식을 남겨둔 의협은 협약이 모두 이행되면 의료 현장으로 복귀한다. 이낙연 당대표는 “더불어민주당은 의사협회와 이 합의를 충실히 이행할 것”이라며 “정부여당은 정책과 관련된 과제를 안게 됐고, 의사협회는 국민들이 걱정한 여러 문제들에 대해 응답할 의무를 안게 됐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