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구석구석 엿보기
실크로드중심 세계 5대도시 영광 中역사상 보석같은 문화재 가득
전통적 부유층 ‘통 큰’ 소비성향 한국관광, 고품격 업그레이드 절실
지난 6월 중국 최대의 온라인마켓인 타오바오(淘宝)에는 ‘밖으로 나가서, 상처 입은 지구를 구하자”란 제목의 우주여행 광고가 실렸다. 단 6명의 중국인들에게만 기회를 준다는 이 상품의 가격은 무려 62만9999위안(약 1억원). 문의가 빗발친 가운데 저장성 사람이 구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중국 최대 온라인 여행사인 C-trip에는 4대륙 19개국을 순회하는 70일간의 세계일주 여행상품이 99만 5000위안(약 1억7000만원)에 올라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는 대다수 중국인들이 이젠 싼 해외여행을 찾아 헤메지 않고, 적절한 일정에 인상 깊은 추억을 남긴다고 생각하면 가격 불문하고 지갑을 열고 있음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이다.
혹자는 개혁ㆍ개방 이래 중국이 세계에 수출한 것 가운데 가장 위력적인 품목으로 ‘요우커’를 꼽은 바 있다. 중국 신화통신은 최근 유엔세계관광기구(UNWTO) 보고서를 인용, 지난해 9730만 명의 중국인이 해외여행을 떠났고, 해외에서의 소비액은 1290억달러(약 132조원)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2년 연속 세계 1위. 10년 전만 해도 전 세계 해외 소비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에 불과했던 중국은 이제 전체 소비액의 10%를 차지하고 있다. 세계관광기구는 10년내 이 비중이 20%까지 높아지고 2억명이 해외여행을 다닐 것으로 내다봤다.
때문에 세계 관광업계는 요우커 유치를 위해 혈안이 되어있다. 영국은 작년부터 담당 영사가 찾아가는 방문비자 발급제를, 프랑스는 올 1월부터 신청 후 무조건 48시간내 발급해주는 신속비자 발급제도를 시작했다. 호주 시드니는 중국 자금성의 성문과 9층 높이의 불상을 그대로 재현한 4억 5000만 달러 규모의 테마파크를 건립 중이며, 일본 샌즈그룹은 요우커를 타켓으로 한 100억 달러 규모의 복합리조트를 2020년 도쿄올림픽 이전까지 건설한다는 방침이다.
올해 1~9월 중국인 방한객은 469만명으로 전년 동기대비 37% 늘었다. 지난해 요우커들은 1인당 평균 226만원씩 거의 6조원 가까이를 썼는데, 이는 우리 전체 관광 수입의 40% 규모로, 어느새 우리 경제를 떠받치는 버팀목이나 다름없게 됐다.
한류 열풍, 값싸고 좋은 상품 등으로 한국은 중국인들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지만, 그늘도 적지 않다. 특히, 왕복 항공료보다 싼 상품가격으로 인해 잠은 서울에서 서너 시간 거리 지방모텔에서 자고, 하루에 무조건 4~5곳 이상의 인삼, 자수정 등 각종 쇼핑센터를 들러야하며, 무료 입장의 관광지로만 이루어지는 악성 ‘싸구려’ 방한 상품의 악명은 심히 우려스럽다.
이에 한국관광공사는 요우커 유치를 위해 크루즈, 기업 인센티브 단체 등 MICE, 의료관광, FIT(개별여행객) 공략에 노력을 경주하고 있으며. 작년 12월 시안지사를 개소해 중국 서북부 지역의 요우커를 공략 중이다.
시안은 서부대개발의 중심도시이면서 1000~2000년전 서라벌, 콘스탄티노플 등과 함께 세계 5대도시 였다. ‘장안의 화제가 됐다’라는 말이 유래된 옛 중국의 수도로서 그만큼 자존심 강하고, 전통적인 알부자도 많다. 생애 멋진 추억을 위해 돈을 아끼지 않는 사람들이 많이 사는 곳인 만큼, 이들을 한국으로 끌어 들이기 위한 쇼핑, 호텔, 웰빙 등 구색을 제시할때 ‘감동’을 느낄 만한 맞춤형 마케팅이 필요하다. 쇼핑분야의 경우 여성상품은 ‘귀하는 프리미엄 고객이며, 빼어난 피부에 곱고 우아하다’는 의미의 ‘쉬푸리아 한궈요우 FOR LADY(秀肤丽雅韩国游,SUPERIER FOR LADY)’로 정하는 식이다.
공략계층을 정하는 것도 전략적이어야 한다. 금융자산 50만 위안(9000만원) 이상이며 월평균 소비액 6만 위안(1000만원)인 중국 최대 민간 금융기관 짜오상은행 플래티늄 카드 소지자 6만명으로 정해 동질감과 신뢰감을 확보하기도 했다.
플래티늄 여행 상품 가격은 3만 위안(5백만원)으로 기존 상품에 비해 5배이지만, 비즈니스 클래스 이용, 전 일정 특5성급 호텔 투숙, 최고급 밴을 활용한 국내 이동 등 서비스를 제공하고, 여성의 경우 쇼핑, 미식, 미용체험을, 가족은 직업, 안전, 한국예절체험, 글램핑 등을 제시해 고객 만족을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시안의 강남’으로 불리는 취장(曲江)지역 고급 아파트촌인 진띠그룹(金地集团) 거주자들을 대상으로 제주와 강원 청정지역 체험 등 한국힐링여행 상품을 출시하기도 했다.
세계적 각축의 대상이 되고 있는 요우커 모시기에는 이제 프리미엄 전략이 절실해졌다. ‘싸구려’를 불식시키고 ‘퍼스트클래스’로 이미지 전환을 꾀하는 일은 우리나라 국가브랜드 제고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민간 업계도 적극 ‘요우커 고품격으로 모시기’에 동참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형연 한국관광공사 시안지사장/ miniee@knto.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