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향해 ‘비열한’ㆍ‘철면피’ 원색비난
원고지 27매 ‘말폭탄’…“배신 값비싼 대가”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남북관계가 파국으로 치닫는 가운데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17일 문재인 대통령을 겨냥해 원색적 비난을 쏟아내며 남측과 관계 단절을 재확인했다.
북한은 최근 일부 탈북민단체의 대북전단 살포에 대해 반발하면서도 문 대통령에 대한 비난은 나름 자제해왔다.
그러나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으로 ‘백두혈통’의 일원이자 사실상 2인자인 김 제1부부장이 직접 문 대통령을 비난하고 나선 만큼 향후 남북관계 수습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김 제1부부장은 이날 ‘철면피한 감언이설을 듣자니 역스럽다’는 제목의 담화에서 문 대통령이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을 맞은 지난 15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한 발언과 기념행사 영상메시지를 거론해가며 “그 내용을 들어보면 새삼 혐오감을 금할 수 없다”고 비난했다.
이어 “한 마디로 맹물 먹고 속이 얹힌 소리 같은, 철면피하고 뻔뻔스러운 내용만 구구하게 늘어놓았다”며 “명색은 ‘대통령’ 연설이지만 민족 앞에 지닌 책무와 의지, 현 사태 수습의 방향과 대책이란 찾아보려야 볼 수가 없고 자기변명과 책임 회피, 뿌리 깊은 사대주의로 점철됐다”고 폄훼했다.
김 제1부부장은 김 위원장을 비난한 탈북민단체의 대북전단 살포와 남측 당국의 묵인은 최고존엄 모독이자 전체 인민에 대한 우롱이라면서, 남북관계 출발점인 상호존중과 신뢰를 남측이 작심하고 건드렸다는 데 근본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런데 남조선 당국자에게는 무엇을 잘못했는지에 대한 인정도 없고 눈곱만큼의 반성도 없으며 대책은 더더욱 없다”면서 “이런 뻔뻔함과 추악함이 남조선을 대표하는 최고수권자의 연설에 비낀 것은 참으로 경악스러운 일”이라고 비난을 이어갔다.
김 제1부부장은 특히 문 대통령이 “기대만큼 남북관계의 진전이 이뤄지지 않은 것에 대해 나 또한 아쉬움이 크다”고 토로한 대목을 인용한 뒤 “막연한 기대와 아쉬움이나 토로하는 것이 소위 ‘국가원수’가 취할 자세와 입장인가”라고 반문하면서 “마디마디에 철면피함과 뻔뻔함이 매캐하게 묻어나오는 궤변”이라고 비난했다.
이와 함께 김 제1부부장은 “오늘 북남관계가 미국의 농락물로 전락한 것은 전적으로 남조선 당국의 집요하고 고질적인 친미사대와 굴종주의가 낳은 비극”이라면서 “뿌리 깊은 사대주의 근성에 시달리며 오욕과 자멸로 줄달음치고 있는 비굴하고 굴종적인 상대와 더는 북남관계를 논할 수 없다는 것이 굳어질 대로 굳어진 우리의 판단”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남북관계와 관련해 세 번째 담화를 발표한 배경에 대해 “항상 연단이나 촬영기, 정의로운 척, 원칙적인 척하며 평화의 사도처럼 채신머리 역겹게 하고 돌아가니 그 꼴불견 혼자 보기 아까워 우리 인민에게도 좀 알리자고 내가 오늘도 말폭탄을 터뜨리게 된 것”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김 제1부부장은 끝으로 “어쨌든 이제는 남조선 당국자들이 우리와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나앉게 됐다”면서 “신의를 배신한 것이 얼마나 값비싼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인가를 남조선 당국자들은 흐르는 시간 속에 뼈아프게 느끼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이날 담화는 원고지 27장 분량으로 여태까지 김 제1부부장 명의로 발표된 담화 가운데 가장 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