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근무·온라인개학 늘면서 심해져
“옆집 알람·대화·기침소리까지 들려”
“벽간소음 심한 집, 부실공사 가능성 커…관련 규정 절실”
[헤럴드경제=윤호 기자] 최근 국토교통부가 아파트 층간소음을 줄이기 위해 시공 이후 바닥 충격음 차단 성능을 확인하는 사후 확인제를 도입했지만, 옆집의 소리가 벽을 타고 고스란히 전달되는 이른바 ‘벽간소음’ 문제는 여전히 사각지대로 남았다. 전문가들은 벽간소음이 심한 집은 부실 공사 가능성이 크다며, 구체적인 소음 규정과 관련 건축 규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11일 헤럴드경제 취재에 따르면 주로 임대용으로 매매되는 오피스텔은 물론 신축 아파트 단지에서도 층간소음뿐 아니라 벽간소음에 따른 고통을 호소하는 주민들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에 따라 재택근무·온라인 수업이 늘면서 이같은 현상은 증가 추세다.
서울 송파구 거주 김모(42)씨는 “옆집 알람 소리에 잠을 깨기도 한다. 휴대전화 벨 소리나 대화 소리까지 들릴 때가 있다”며 “반려견 짖는 소리, 아이가 우는 소리, 기침 소리 정도는 오히려 그러려니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박모(38)씨는 “재택근무가 일상화된 데다 학생 등교마저 미뤄진 경우가 많아 온 가족이 집안에 머물면서 확실히 소음이 늘었다”며 “옆집은 운동용 러닝머신은 물론 스마트TV 노래방 기능도 활용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집이 유치원이자 헬스장, 홈파티 장소가 된 것”이라고 쓴웃음을 지었다.
문제는 벽간소음에 관한 국토부 규정이 전무하다는 점이다. 세대 간 경계벽, 칸막이벽 등을 설치할 때 지켜야 할 소재·구조·두께 기준만 있을 뿐 소음 크기와 같은 성능 기준은 아예 명시돼 있지 않은 것이다. 향후 벽간소음에 대한 기준치와 관련 건축 규정이 필요한 이유다.
국토부 관계자는 “층간소음 외 벽간소음에 대해서도 여러 번 문제 제기가 들어와 인지하고 있다”면서도 “아직 이에 대한 구체적인 대응 방안 마련에는 착수하지 못했다. 검토하고 있는 수준”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소음의 원인이 생활 습관보다는 부실 시공에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다. 세대 간 벽 사이에 넣는 단열재가 소리를 흡수하는 역할을 하는데, 그 양이 부족하거나 성능이 떨어질 때 소음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아파트 평면도를 살펴보면 옆집끼리 안방을 맞대는 구조로 이뤄져 있어 사적인 생활소음까지 전달되고 있다”며 “특히 벽간소음이 심한 집은 부실‧날림 공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근본적인 규정과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