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군사령부, DMZ 월경방지판 점검 왜?
유엔군사령부가 페이스북을 통해 올린 DMZ 내 월경방지판 전경.[사진=페이스북 캡처]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유엔군사령부가 비무장지대(DMZ) 내에 있는 항공기월경방지 경고표지판(AWPM·Aircraft Warning Panel Markers)을 점검해 문제가 발견되면 보수작업 등의 후속 조치에 나설 계획이라고 14일 밝혔다.

유엔군사령부는 페이스북에 '빨간색 표지판이 보이시나요?'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리고 "이번 주부터 유엔사 요원들이 경고표지판이 제대로 설치돼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비무장지대 남방한계선(SLL)을 따라 점검 비행을 한다"고 공지했다.

이와 더불어 "점검 비행 때 경고표지판이 올바르게 설치되지 않은 것을 발견하면 주변의 수목을 제거하고 표지판을 교체하는 등 후속 조치를 시행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해당 영상에는 DMZ 상공을 비행하며 찍은 DMZ 전경이 펼쳐진다. 울창하게 우거진 숲 사이로 붉은색의 AWPM이 선명히 보이는 장면이 이어진다.

현재 남방한계선 인근에는 민간·군용 항공기 월경을 방지하기 위해 수십여 개의 AWPM이 설치돼 있다. 경고표지판은 붉은색 바탕에 흰색의 'X'자를 그려 넣은 정사각형 패널이다.

이 경고표지판을 지나 1∼2분만 비행하면 군사분계선(MDL)을 넘게 된다.

유엔사는 "항공기 월경 방지 경고표지판은 조종사들에게 비무장지대에 진입하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 설치됐다"면서 "민간·군용 항공기가 실수로 북한 영공에 진입하는 것을 방지하는 기능을 수행한다"고 설명했다.

◆"실수로 북한 영공 진입 막아야"=또한 유엔사는 "점검 비행을 재개한 이유는 지난해 실시한 특별조사에서 표지판 결함으로 민간 항공기 관련 사건이 발생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유엔사는 "이러한 사건을 미연에 방지하는 것 또한 한반도의 평화를 지원하는 유엔사의 수많은 임무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유엔사는 지난해 발생한 민간 항공기 관련 사건에 대해 자세한 설명은 하지 않았다.

과거 AWPM을 보지 못하고 비행 중 월경하는 사고가 종종 일어난 적이 있다.

지난 2005년 1월에는 주한미군 소속 UH-60 블랙호크 헬기 1대가 남방한계선 인근의 AWPM을 보지 못하고 비행하다가 한국군 초병이 경고 사격한 '적색오공 신호탄'을 보고서야 기수를 남으로 돌렸다.

1994년 12월에는 미군 OH-58C 헬기가 북한 영공에 진입한 사례가 있었다.

당시 조종사였던 홀 준위는 AWPM을 인근에 쌓인 눈 때문에 보지 못해 MDL을 넘은 사실조차 몰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DMZ 안 MDL을 따라 200m 간격으로 노란색 MDL 표지판이 총 1292개 설치돼 있다.

이 표지판 보수 작업을 하려면 유엔사가 북한군과의 협조하에 작업을 진행해야 한다.

◆AWPM, 남방한계선 인근에 있어 작업 가능=DMZ 안 수십여 개에 불과한 AWPM은 붉은색으로 SLL 인근에 있어 유엔사 단독 작업이 가능하다.

MDL은 휴전선으로도 불리는 남북 양 군이 대치하는 기준선이다. 1953년 7월 정전협정 체결과 함께 서측 임진강부터 동해안까지 약 249㎞(약 155마일) 라인에 200m 간격으로 총 1292개의 말뚝을 박아 설정했다.

MDL을 기준으로 남쪽과 북쪽으로 각각 2㎞ 거리에 남·북방한계선(SLL·NLL)이 설정됐다.

DMZ는 한반도 동서에 걸쳐 SLL·NLL 설정으로 형성된 남북 4㎞, 동서 약 249㎞의 공간을 말한다.

SLL을 따라 3중의 철책이 구축돼 있고 철책을 따라 우리 군의 일반전초(GOP) 부대가 경계를 담당하고 있다.

NLL을 따라서는 북측 경계부대가 있다.

DMZ 안(NLL과 SLL 사이)에는 우리 군과 북한군의 감시초소(GP)가 각각 설치돼 전방을 포함한 360도 경계 임무 등을 수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