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측 3일 우리 군 GP에 총격 이후 침묵. 8일엔 남측 군사훈련 비난.
국방부 “군산 앞바다서 훈련…군사합의 훈련 중지 구역 아냐” 반박.
김정은, 중국 시진핑에 “코로나19 방역 성과 축하” 구두 친서 보내.
2018년 남북정상회담 이후 관계 진전 없어, 보건협력 필요성 대두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북한이 지난 6일 실시된 우리 군의 서해 방어훈련에 대해 '9.19 남북군사합의 위반'이라고 8일 비판하고 같은 날 우리 군이 "연례적 훈련"이라고 반박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문제는 앞으로 우리 군의 모든 군사 훈련에 대해 북한이 이런 식으로 비난할 수 있다는 점이다.
남북 상호간에 일체의 적대행위를 하지 않기로 한 '합의'가 자칫 우리 군사훈련에 대한 만능 족쇄로 활용될 수 있는 것이다.
북한이 우리의 국방부 대변인격인 인민무력성 대변인 명의로 남측 군사훈련을 문제삼았다는 점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9.19 군사합의는 남북 정상이 배석한 가운데 남측 송영무 국방부 장관과 북측 노광철 인민무력상(우리의 국방부 장관)이 서명해 체결된 것이다.
9.19 군사합의 체결의 북측 당사자가 남측 군사훈련을 정면으로 문제 삼고 나선 것이다.
이번 사례가 더욱 주목받는 이유는 2018년 9월 19일 군사합의 체결 이후 북측이 공식적으로 남측의 '군사합의 위반'을 처음 지적한 사건이기 때문이다. 남측은 지난 3일 북한군의 우리 군 GP 총격을 군사합의 이후 첫 북측의 위반 사례로 규정한 바 있다.
우리 군은 북한군의 GP 총격에 대해 '의도성 없음'으로 잠정 결론 내리고, 더 이상 문제 삼지 않을 방침인 것으로 보인다. 북측은 총격 이후 7일이 지났지만 이 사안에 대해 침묵 중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북한군의 GP 총격 역시 남측의 최근 군사훈련에 대한 불만 표출이라는 해석이 있어 우려를 높이고 있다.
만약 이 시각대로라면 북측은 남측의 군사훈련을 남북 갈등의 원인으로 보고, 군사훈련에 대해 지속적으로 GP 총격-인민무력성 대변인 명의 담화 등으로 수위를 높여가고 있는 셈이다.
북측이 8일 우리 군 서해 방어훈련에 대해 '군사합의 위반'이라고 갑자기 문제 삼고 나선 것이 우리에게는 뜬금 없는 딴지로 비춰질 수도 있다.
그러나 3일 GP 총격과 8일 인민무력성의 담화 발표가 특정한 논리에 따른 일련의 의도적 대응이라면 북측의 향후 행동 패턴도 예상해 볼 수 있다.
이 논리에 따라 향후 북한군의 행보를 예상해본다면 '남측이 9.19 군사합의를 위반했으니 북측도 9.19 군사합의를 위반하겠다'는 논리로 이어질 것이다. 이는 곧 9.19 군사합의의 사실상의 폐기를 의미한다.
불과 2년 전 남북 정상과 남북 군 수뇌부들이 만나 각고의 노력 끝에 이뤄낸 의미 있는 성과가 한 순간에 수포로 돌아갈 수도 있는 것이다.
한 군사 전문가는 북한군의 GP 총격 다음날인 지난 4일 이와 관련, "우리 군이 최근 상당한 수준의 군사훈련을 실시했다"며 "북한군 GP 총격은 이에 대한 반발로 본다"고 말했다.
남북 정상은 2018년 9월 정상회담을 하는 도중 여러 번 '역대 사례를 보면 정상이 만나서 합의해도 실행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보다 견고하게 실행을 보장하기 위한 장치를 구축하는데 공을 들였다. 남북군사합의문 역시 그런 장치 중 하나다.
그러나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남북은 관계 진전에 있어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이대로 방치하다간 양측이 모두 "군사훈련은 합의 위반"이라는 지적질과 명분 쌓기에만 몰입하다 결국 원하지 않던 파국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높다.
퇴보하는 남북관계를 다시 진보시키려면 남북이 미국의 '허락'만 기다릴 것이 아니라, 스스로 시동을 걸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보건협력이 효과적일 것이란 전망이 많다.
북한은 지난 8일 우리 군의 군사훈련에는 발끈하면서 중국에는 코로나19 방역 성과를 축하하는 태도를 보였다.
북한 노동신문은 이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중국의 코로나19 방역 성과를 축하한다는 내용의 구두 친서를 보냈다고 1면에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중국에서 이룩된 성과에 대하여 우리 일처럼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노동신문 3면에는 인민무력성 대변인 명의로 대남 비난 담화를 실었다.
인민무력성 대변인은 담화에서 지난 6일 우리 공군공중전투사령부가 해군2함대와 함께 서해 상공 작전구역에서 실시한 방어훈련에 대해 "군사 대결의 극치"라고 비난했다.
대변인은 "이번 합동연습은 지난시기 북남 쌍방 사이에 군사적 충돌이 발생하였던 조선 서해 최대 열점 지역(서해 북방한계선 지칭)의 공중과 해상에서 감행됐다"며 "모든 것이 2018년 북남(남북) 수뇌회담 이전의 원점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번 훈련에 대해 "지상과 해상, 공중에서 상대방에 대한 일체 적대행위를 금지하고 특히 서해 일대를 평화수역으로 만들 데 대해 온 민족 앞에 확약한 북남(남북)군사합의에 대한 전면 역행이고 노골적인 배신행위"라고 주장했다.
또 "더욱이 엄중한 것은 남조선 군부가 우리를 '적'으로 지칭하고 이러한 군사연습을 벌려놓았다는 사실"이라며 "이는 절대로 스쳐 지날 수 없는 엄중한 도발이며 반드시 우리가 필요한 반응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라고 예고했다.
인민무력성 대변인이 언급한 훈련은 지난 6일 공중전투사가 서해 상공 작전구역에서 해군2함대와 함께 실시한 합동 방어훈련이다.
당시 훈련은 적 화력도발 및 기습도발 대비를 위해 실시됐으며, 공군 주요 전력인 F-15K, KF-16, F-4E, FA-50 항공기 20여 대와 2함대 고속정 등이 참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이에 대해 해당 훈련은 남북군사합의서에 명시된 해상 적대행위 중지 해역이 아닌 전북 군산 앞바다에서 이뤄져 군사합의 위반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또한 이 훈련은 수 년간 연례적으로 실시되는 훈련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우리 군은 군사합의를 충실히 이행하면서 군사대비태세 유지를 위해 각 제대별 훈련을 정상적으로 실시 중"이라며 "합동훈련은 군사합의를 준수한 가운데 군산 서방 해상에서 실시됐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