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당선인이 말하는 ‘인간 문재인’
일자리 성과 못내니 크게 문책
격론때 육두문자 나오자 “허허”
[헤럴드경제=김용재 기자]고민정, 정태호 두 당선인은 문재인 정부 3년 동안 청와대 비서실에서 근무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을 가장 가까이서 보좌했다. 이들이 본 문 대통령은 어땠을까.
정 당선인은 “나는 대통령이 잘 이해 안 될 때가 있다”며 “몇 번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공개됐듯이 외부인들한테는 정말 자상하신데, 가까이 있는 사람에게는 정말 냉정하시다”고 했다.
고 당선인은 “낮고 힘없는 사람에게는 관대하고, 높고 힘있는 사람에게는 호랑이처럼 매섭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행정관(부대변인) 시절에는 따뜻한 말씀도 가끔 하셨는데, 대변인이 되고 나선 아예 그런 것 없더라”고 했다. 둘 모두 칭찬의 기억은 아주 드물었다.
정 당선인은 3년간 딱 한 번 정도였다고 했다. 광주형 일자리 사업을 완성해놓고나서였다. 노사간 이견으로 대립 중이던 상황을 당시 일자리수석이었던 정 당선인이 양측을 오가며 풀어내 업계와 언론으로부터도 주목받았다. 정부의 핵심 정책 중 하나였던 만큼 “큰일 해냈다”며 큰 격려가 있을 줄 알았다. 그러나 대통령은 행사를 끝낸 만찬자리에 정 당선인이 앉자마자 “오늘 밥값 하셨네요” 한마디뿐이었다고 한다.
고 당선인은 부대변인 시절 가끔 좋은 말도 들었지만 대변인으로서는 승진 통보 때의 한 마디가 마지막이었다. “나를 불러서 ‘누구보다 나의 생각을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라며 발탁 이유를 말씀해줬다, 그 이후에는 없었다”고 했다.
반면 따끔한 지적이나 문책은 적지 않았다. 고 당선인은 “국민 소통을 담당하다 보니 주로 언론을 보여드렸을 때 왜 이 기사가 이렇게 났냐는 지적을 가장 많이 받았다”고 했다. 이어 그는 “당시 소통수석실이 모든 정책을 다 다뤘다. 그래서 모든 질책을 저희가 받았다”며 “노력을 안 한 건 아닌데 결과물이 그렇게(안좋은 방향으로) 나오면 억울해도 혼나야죠, 뭐”라며 웃음을 보였다.
정 당선인은 “난 두 번 혼났는 데 한 번은 2019년 1월 일자리 통계가 안 좋았을 때, 또 한 번은 (소득주도성장 관련)정책 잘 만들어놓고 왜 매일 얻어터지냐면서 ‘정책 홍보 잘하라’고 혼난 적이 있다”고 했다. 특히 일자리 성적이 안 좋았던 지난해 초엔 문책이 엄했다고 한다.
수석보좌관회의의 뒷얘기도 전했다. 문 대통령은 정책을 결정하기 전에 늘 참모들과 격정적인 토론을 벌이는 것으로 유명하다. 정 당선인은 “대통령 앞에서 비서관과 전문가들이 모여 벤처기업 지원 정책 결정을 위한 토론과 논의를 한 적이 있는데, 당시 논쟁이 심하게 붙어 나도 모르게 육두문자를 내뱉었다”며 “말하다 보니 대통령이 갑자기 허허 웃길래 영문을 몰랐는데, 내가 나도 모르게 욕설을 섞어 말했다고 하더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