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등 산유국 경제위기 금융시장 혼란 초래
글로벌 성장률 마이너스 3.0%로 추락 우려
내수·수출 침체가속 국내경제 사면초가 위기
국제유가가 사상 처음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우리 경제에도 ‘빨간 비상등’이 켜졌다. 원유를 전량 수입하는 우리나라 입장에서 유가가 하락하면 물가 안정 등 일부 긍정적 효과가 있지만, 유가하락의 배경에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수요 둔화라는 대형 악재가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곧 우리 경제의 핵심 성장동력인 수출 위축을 심화시킬 수밖에 없는 요인이다.
이미 ‘코로나19’ 사태로 기업 투자와 민간 소비 등 내수가 크게 위축된 상태에서 글로벌 수요 둔화가 심화할 경우 그렇지 않아도 위태로운 모습을 보여왔던 수출까지 큰 타격을 받아 경제활력에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 중동 지역 국가들을 비롯한 산유국들이 경제·금융위기에 휩싸일 조짐을 보이고 있어 그 후폭풍도 우려된다. 우리경제가 더욱 위태로운 사면초가의 상황에 내몰리고 있는 셈이다.
21일 기획재정부와 통계청 등 관련 부처에 따르면 유가하락은 국내 물가안정 효과를 가져오지만, 전체 경제에는 글로벌 경기침체 심화와 수요 둔화에 따른 불확실성 확대 요인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물가의 경우 석유류 가격 하락으로 0%대의 초저물가 현상이 심화할 가능성이 많다. 통계청이 집계한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1.0%를 기록했고, 이 가운데 석유류가 6.6% 올라 전체 물가를 0.26%포인트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다. 국제유가 하락이 국내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미치기까지는 일정한 시차가 필요하지만, 국제유가 급락으로 국내 물가가 0%대에 진입하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하지만 물가 상승세 둔화를 마냥 반길 수만은 없는 상태다. 무엇보다 이번 국제유가 급락의 배경엔 코로나19 사태 확산으로 인한 글로벌 경기침체 및 수요 둔화에 대한 강한 우려가 자리잡고 있다. 세계경제가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악의 상황에 처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항공유와 운송·발전·제조업 등 경제활동에 필요한 각국의 에너지 수요가 급감하면서 국제유가가 폭락한 것이다. 국제유가 폭락으로 뉴욕 등 글로벌 증시의 주가가 급락세를 보인 것도 이를 반영한 결과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주 발표한 세계경제 수정 전망을 통해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이 마이너스(-)3.0%로 추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종전 성장률 전망치 3.3%에서 6.3%포인트나 낮춘 것으로, IMF는 이번 코로나19 쇼크로 인한 경제충격이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을 뛰어넘어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기침체를 겪을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선진국 성장률이 -6.1%로 추락하고 신흥국도 -1.0%, 중국을 제외할 경우 신흥국 성장률이 -2.2%에 머물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적인 경기침체와 수요 둔화는 수출에 직격탄을 날릴 수밖에 없다. 지난해 1년 내내 내리막길을 걸었던 우리나라 수출은 올 연초에 반등을 시도하다 코로나19 충격으로 다시 주춤해진 상태다. 하루평균 수출액은 2월(-11.9%)과 3월(-6.4%)에 이어 4월에도 감소세가 확실시된다. 글로벌 경기침체 심화에 따른 충격이 가세하면서 수출이 큰폭 감소할 경우 국내경제 타격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동시에 국제유가 하락은 중동 국가들을 비롯한 산유국의 경제·재정위기를 심화시켜 글로벌 금융시장을 뒤흔들 대형 악재다. 이로 인해 우리 기업들의 관련 지역 진출과 수출 등 교역이 큰 타격을 받음은 물론, 글로벌 투자자금의 신흥국 기피현상이 심화하면서 국내 금융불안을 심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코로나19 사태가 세계적인 전염병 위기와 경제위기를 복합 유발하고 있는 가운데 유가 폭락 등 추가적인 경로를 통해 우리 경제를 압박하고 있는만큼 정부와 기업의 치밀한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해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