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北 광물수출, ‘자원의 저주’ 아니지만 축복도 아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실린 김정숙평양제사공장 직원들이 마스크를 쓰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 북한의 광물 수출이 북한 경제에 있어서 이른바 '자원의 저주(resource curse·자원이 풍부한 국가일수록 경제성장이 둔해지는 현상)’를 가져온 건 아니란 연구 결과가 나왔다. 동시에 광물 수출이 경제의 장기 발전 요인으론 이어지지 못하는 한계성을 갖고 있단 지적도 나왔다.

2일 한국은행(김민정 경제연구원 북한경제연구실 부연구위원 등)은 발표한 ‘북한의 광물 수출과 품목별 수입: 대중무역을 중심으로’란 연구보고서를 통해 “북한의 자원 수출이 제조업을 위축시키며 경제성장을 저해한다는 ‘자원의 저주’ 현상과는 부분적으로 다른 길을 걷고 있다”며 “그러나 동시에 제도의 결핍을 겪고 있는 북한이 광물 수출로 인한 외화 획득을 ‘자원의 축복’으로 전환시킬 수도 없었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어 “더욱이 북한이 4차 핵실험과 대륙간탄도 미사일 실험 이후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른 대북제재는 북한의 가장 중요한 외화 수입원인 광물 수출을 중단시켰다”며 “그 결과 광물 수출의 긍정적인 효과도 더 이상 기대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한은 “北 광물수출, ‘자원의 저주’ 아니지만 축복도 아니다”

이번 연구는 중국 해관통계에서 제공하는 1995년부터 지난해 3분기까지의 북·중무역 자료를 사용, 북한의 대중(對中) 광물 수출과 품목별 수입 간의 관계를 분석해 진행됐다.

공적분 검정을 통해 광물 수출과 장기균형 관계를 가지는 품목을 찾고 벡터오차수정모형을 통해 광물 수출 증가에 따른 해당 품목 수입의 장기탄력성을 도출했다.

한은에 따르면 중국의 원자재 수요 증가 및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라 북한의 광물 수출은 2000년대 중반 이후 급증했다. 2010년 안보리 제제로 수출이 금지되기 전까지 북한의 대외 총 수출액에서 광물이 차지하는 비중은 줄곧 50%를 상회했다.

이로써 북의 광물 자원은 북한의 1위 수출품목으로서 외화획득의 가장 중요한 원천이 됐다. 광물 수출의 마진율은 약 80%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한은은 “분석 결과 광물 수출이 자본재류 중간재 수입과 장기균형관계에 있으며, 단기적으로는 차량수입을 증가시킨다는 결과가 산출됐다”며 “자본재류 중간재 수입은 생산증대에 기여할 수 있으며 차량 수입은 북한 경제의 병목 중 하나인 수송 부문의 효율성을 제고함으로써 경제활동을 촉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광물 수출이 자본재 중 기계류 수입에는 장단기 모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며 “이는 광물수출이 북한 제조업의 고도화를 촉진하는 데에는 큰 기여를 하지 못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또 “한편, 광물 수출이 식품 및 연료 수입과 장기 균형 관계에 놓여 있다는 결과는 광물 수출이 주민 후생을 증가시켰음을 보여준다”며 “하지만 동시에 광물 수출이 단기적으로는사치재 수입을 증가시키는 결과가 추정되어 광물 수출로 획득한 외화가 부분적으로 낭비되었을 가능성도 함께 보여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