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GI·반도건설 부인 불구 연대 가능성
호텔 정리 요구 KCGI 설득 여부가 관건
공동전선 구축땐 지분율 셈법 복잡해져
주주들 당분간 합종연횡 둘러싼 신경전
오는 3월 주주총회를 앞두고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한진그룹 일가가 주요 주주인 KCGI(강성부 펀드), 반도건설과 ‘합종연횡’을 벌일 가능성이 커졌다.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이 이들 외부세력과 손잡을 경우 조원태 회장의 경영권이 위태로워진다.
조 전 부사장이 최근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 반도건설 측과 만나 향후 협력 가능성을 타진한 것으로 16일 알려졌다.
이에 대해 조 전 부사장 측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원은 “12월 입장 발표 이후 어떤 주주라도 만나서 의견을 들어볼 수 있다는 게 입장”이라면서도 “누구를 실제 만났는지 여부는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KCGI와 반도건설 측은 만남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경제계에서는 삼자회동이 실제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조 전 부사장 측이 양측을 최근에 만난 것으로 안다”면서도 “경영권과 관련해 아직은 어떤 합의를 도출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조 회장의 단독 경영권을 저지하려는 조 전 부사장이 조 전 부사장 측이 2, 3대 주주인 KCGI와 반도건설과 만난 것은 공통의 이해관계를 확인하기 위한 ‘탐색전’ 차원일 가능성이 높다. 3월 주총에서 조 회장 측에 대항해 표 대결을 벌일 경우 ‘우군’으로 끌어들이기 위해서 양측이 원하는 것을 확인하는 과정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지분율을 8.28%까지 끌어올리고 투자 목적을 ‘단순투자’가 아닌 ‘경영참여’로 전환한 반도건설을 포섭할 경우 활용할 가치가 높다. 경영 참여를 선언할 경우 직접 이사 후보 추천 등 주주 제안을 낼 수 있기 때문이다.
반도건설 관계자는 “고(故) 조양호 회장과의 친분으로 한진칼의 지분을 보유했지만 지분이 5%를 넘어가는 주주로서 회사의 방향에 대해 손을 놓고 있는 것은 도리가 아니라는 게 권홍사 회장의 판단”이라며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해 향후 어떻게 한진그룹의 미래에 도움이 될 수 있을지 방법을 고민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도건설이 본업과 시너지가 날 수 있는 호텔 사업에 지분을 원할경우 칼호텔네트워크 대표이사를 맡는 등 호텔 경영에 강한 애착을 가져온 조 전 부사장과 연대할 가능성이 높다. 회사 관계자는 “현재 지분으로 한진칼과 어떤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는 앞으로 고민할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그동안 호텔 사업을 비롯해 저수익 사업의 정리를 요구해 온 KCGI다. 17.29%의 지분으로 2대주주 자리를 점하고 있는 KCGI의 동의 없이는 조 회장과의 표대결에서 우위를 점하기 어렵다.
KCGI가 최근 유투브를 통해 공개한 영상에서 “송현동 부지 매각 등 재무구조 개선이 여전히 미진하다”며 현 경영진을 비판해온 만큼 입장을 바꿔 조 전 부사장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KCGI와 조 전 부사장과의 연합에 대해서는 조심스럽다는 반응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KCGI가 한진그룹의 재무구조나 지배구조의 문제를 지적해 왔기때문에 총수 일가 중 한 명과 손을 잡는 것은 그간의 주장과 반대되는 것이다”며 “자칫 명분과 실리 모두 잃을 수 있다”고 말했다.
삼자연대가 성공할 경우 지분율 총합은 32.06%로 정석인하학원, 정석물류학술재단 등 다른 특수관계자와 백기사 델타항공을 등에 업은 조회장 측 지분 20.67%를 압도한다. 현재까지 유보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5.27%), 조현민 전무(6.47%)의 선택에 따라 경영권의 향방이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또다른 주요주주인 국민연금이 올해 주총에서 어떤 선택을 할지도 미지수다. 작년 주총에서 당시 3대 주주(7.34%)였던 국민연금은 조양호 회장의 측근 석태수 한진칼 대표의 사내이사 선임안에 찬성 의결권을 행사했다.
한편, 조 회장은 경영권 방어 대책 마련에 고심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백기사로 분류된 델타항공 등 외국인 주주와 소액 주주 등을 만족시킬 만한 그룹 차원의 지배구조 개선책 등의 방안을 내놓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작년 대한항공이 주총을 앞두고 우리사주 직원과 일반 주주를 대상으로 위임장 작성을 독려하고 나섰던 점을 감안하면 이번에도 위임장 독려를 통해 우호지분 끌어모으기에 나설 가능성도 높다. 원호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