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X7 M50d’
BMW의 정점을 의미하는 ‘7’에 고성능을 의미하는 ‘M’을 붙인 ‘X7 M50d’. 이 차는 플래그십이 갖춰야 할 모든 것을 담아낸 SUV다. 대형 SUV 시장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과시하기에 충분한, 그리고 ‘최고’라는 호칭이 아깝지 않은 모델이다.
외관부터 압도했다. 전장과 전폭이 각각 5151㎜, 2000㎜에 달하고 전고는 1805㎜, 휠베이스는 3105㎜다. 어디를 가든 주차공간이 고민이지만, 크기에서 오는 공간적인 장점은 SUV를 넘어선 장점으로 다가왔다.
다른 X 모델보다 커진 키드니 그릴과 M 퍼포먼스 파츠가 곳곳에서 멋을 냈다. 옵션으로 택할 수 있는 레이저 라이트는 푸른 빛을 내며 X 모양의 디자인 요소를 더했다. 거대하고 오밀조밀한 후면 디자인도 뒤를 따라가는 차량이 부담을 느낄 정도로 웅장했다.
실내는 가죽과 알칸타라 소재를 적절히 활용해 고급스러움을 강조했다. 디지털 계기반과 HUD(헤드업디스플레이)는 드라이빙 모드에 따라 다양한 색과 디자인으로 변하고, 버튼 하나로 반자율 주행 모드를 선택할 수 있다는 점도 편했다.
컨트롤 디스플레이는 일반적인 차량 기능부터 시트와 공조 등 다양한 설정을 할 수 있는 일종의 컴퓨터처럼 느껴졌다. 음성과 제스처를 이용한 조작이 가능했지만, 디스플레이 메뉴를 익히기엔 시승 기간이 짧았다. 그만큼 담긴 요소가 많았다. 특히 운전대에 부착된 버튼과 iDrive 컨트롤러를 편하게 조작해야 다양한 기능을 빠르고 쉽게 선택할 수 있었다.
3열까지 지원하는 대형 SUV답게 운전석 옆엔 2열을 접을 수 있는 폴딩 버튼이 있다. 컵홀더는 냉·온장을 지원한다. 4존 자동 온도조절 장치로 탑승자별 맞춤 환경을 설정할 수도 있다. 바워스&윌킨스(Bowers & Wilkins)의 강력한 사운드 환경은 뒷좌석에 마련된 DVD 삽입구와 HDMI 단자를 통해 완성도를 높였다.
시트는 단단하면서 몸을 자연스럽게 감싸는 형태다. 요추받침부터 상·하로 분리된 각도 조절 등 세세하게 설정할 수 있는 1열은 안마기능까지 지원한다. 공기 주입으로 안마를 하는 다른 차들과 달리 롤러가 들어간 듯한 느낌을 주는 안마기능은 장거리 주행에서 빛을 발했다.
2열은 1열보다 포지션을 높여 전방 시야 확보에 신경을 썼다. 센터 터널이 낮아 2열에 세 명이 앉기에도 적당하다. 전동식 햇빛가리개와 B필러에 장착된 공조기도 만족도가 높았다. 선루프 앞에 공조장치를 조절할 수 있는 조작 버튼을 배치한 3열에서도 배려가 느껴졌다.
트렁크 용량은 890ℓ에서 최대 2075ℓ까지 확장할 수 있다. 수동 조작에 의한 시트 폴딩이 아닌 2·3열 모두 원터치 방식이다. 안에 탑승하지 않아도 뒤에서 버튼으로 간단하게 시트를 접고 펼 수 있다. 키가 작은 운전자를 위해 트렁크 리드 높이를 조절할 수 있는 기능도 있다.
‘M’의 명성은 시동을 거는 순간 느낄 수 있다. 최고출력 400마력, 최대 토크 77.5㎏·m의 강력한 힘을 가진 6기통 쿼드 터보 디젤 엔진은 잠에서 꺠어날 때 주변의 시선을 끌어당길 정도의 소리를 냈다.
공차중량이 2460㎏에 달하지만, 주행은 ‘구름 위를 달리듯’ 포근하고 안정적이었다. 특히 실내 방음이 완벽했다. 모든 유리가 이중 접합인 데다 고급차에 들어가는 차음재를 풍성하게 채운 느낌이 강했다. 가상의 엔진소리가 아니라면 실내에서 들을 수 있는 외부의 소리는 극도로 낮았다. 볼륨을 키우면 완벽한 음악감상실이 됐다.
SUV 특유의 쏠림은 있지만, 바닥을 꾹꾹 눌러가며 달리는 느낌이었다. 속도감이 느껴지지 않아 생각보다 높은 속도를 자주 마주했다. 무거운 중량과 상황에 따라 세팅을 달리하는 에어서스펜션 덕분에 급회전 구간에서도 날렵한 핸들링 성능이 돋보였다. 패밀리카를 원하는 아빠부터 스포츠성을 기대한 젊은 층까지 사로잡을 수 있는 다재다능함이다.
주행보조 시스템도 똑똑했다. 스톱&고(Stop&Go) 기능이 포함된 액티브 크루즈 컨트롤은 고속도로 구간에서 피로감을 덜어줬고, 차선 유지 보조장치와 회피 보조를 아우르는 주행보조 패키지에 대한 신뢰도 높았다.
기본으로 적용된 BMW의 사륜구동 기술인 xDrive도 특유의 안정감을 높이는 대목이었다. 실제 시승 기간 미끄러운 구간에서 바퀴의 굴림 속도를 전자식으로 제어하는 순간을 경험했다. 블랙아이스가 고속도로 곳곳에서 위험요소로 작용하는 겨울철에 안전한 운행을 도울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BMW X7 M50d의 가격은 1억6240만원이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논하기엔 무리가 있지만, 프리미엄 SUV 시장에서 단연 돋보이는 모델임은 분명하다.
다만 BMW가 M50d 디젤 엔진의 생산 종료를 예고한 만큼 잔존가치에 대한 의문은 남는다. 이는 전동화의 물결 속에서 X7 M50d가 BMW의 고성능 수요를 만족할 마지막 SUV 디젤 모델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정찬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