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불확실성에 위기의식

4차산업혁명을 도약 기회로

정의선 “미래분야 성과 창출”

신동빈 “공감·공생으로 미래를

”김승연 “한화가 잘하는 것 중심”

신년사로 본 재계 2020 키워드… ‘미래’·‘디지털 혁신’에 방점
2일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재계 인사들이 정부 신년합동인사회 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오른쪽부터 이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연합]
신년사로 본 재계 2020 키워드… ‘미래’·‘디지털 혁신’에 방점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위로부터),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신년사를 하고 있다.

고조되는 불확실성 속에 경자년 (庚子年) 새해를 맞은 재계의 화두는 ‘미래’와 ‘디지털 혁신’에 방점이 찍혔다. 국내 주요 그룹 총수들은 2일 신년사를 통해 글로벌 경영 불확실성에 대한 ‘위기의식’을 드러내면서, 이에 대한 해법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 생존을 위한 ‘디지털 혁신’을 주문했다. 급변하는 산업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디지털 전환과 개방형 혁신, 인재확보를 주문하면서 ‘위기’를 ‘도약의 기회’로 삼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미래로 시작해 미래로 끝났다…신년사에 일제히 등장한 단어 ‘미래’= 재계의 신년사의 핵심 단어는 단연 미래였다. 산업의 대전환기 속에 미래의 청사진을 그리고 빠르게 변화를 도모해야 하는 경영 환경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재계 1위 기업 삼성전자의 김기남 대표이사 부회장은 ‘미래 세대에 물려줄 100년 기업’을 제시했다. 김 부회장은 “올해 세계 경제는 글로벌 저성장 기조 고착화, 정치적 불확실성의 확대, 투자·수출에서 소비로의 침체 확산 가능성 등으로 인해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2020년은 ‘미래 세대에 물려줄 100년 기업’을 만들어 나갈 원년으로, 새로운 미래를 위한 성장과 도약의 해로 만들자”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창의성과 혁신성을 접목해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자”고 당부했다. 전자부문 계열사인 전영현 삼성SDI 사장 역시 “100년 기업을 향한 새로운 도전과 혁신의 출발선에 서 있다”며, “과거 50년 디스플레이 세계 제패의 영광을 넘어 첨단 소재와 에너지 기업의 정상에 서자”고 강조했다.

이어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미래 분야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창출하겠다”며 미래 지향의 공격경영을 예고했다. 정 수석부회장은 전동화·자율주행·모빌리티서비스를 핵심 미래 시장으로 제시하며 “미래 성장을 위해 그룹 총투자를 연간 20조원 규모로 크게 확대하고 향후 5년 간 총 100조원 이상을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동빈 롯데 회장은 “공감(共感)과 공생(共生)으로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들어 나가자”고 당부했다. 신 회장은 “5년 후의 모습도 예측하기 어려운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는 지속적인 자기성찰을 통해 끊임없이 변화해야 한다”며 “우리의 역량을 바탕으로 선제적으로 혁신하고 시장을 리드하는 게임 체인저‘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신 회장은 “우리 사회와 공생을 추구하는 ’좋은 기업‘이 되자”며 ’신뢰받는 기업‘ 의지를 재확인했다.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은 “핵심 사업에 대한 선택과 집중을 통해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루겠다”고 밝혔으며, 황창규 KT그룹 회장은 “5G 기반의 AI 전문기업으로서 혁신적이고 차별화된 가치를 창출해 어디서나 AI를 누리는 세상을 주도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유석진 코오롱 사장은 “급변하는 환경, 불확실한 미래는 밀려오는 파도와 같다”며 “날렵하고 유연한 기술로 예측할 수 없는 파도를 넘어서는 능숙한 서퍼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 성큼 다가온 4차산업혁명…더욱 절실해진 디지털 전환= 미래를 바라보는 재계의 구체적인 지향점은 디지털 전환으로 요약된다. 디지털 인재 확보와 이를 뒷받침할 조직문화 개선 등이 자주 언급됐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2020년을 디지털 혁신의 원년으로 삼아 경영 전반에서 디지털 변혁을 추진할 것을 주문했다. 김 회장은 “이미 디지털 기술이 경영의 모든 것을 바꾸고 있다”며 “한화가 잘하는 것들 그리고 앞으로 잘 할 수 있는 분야를 중심으로 4차 산업혁명에서 촉발된 기술을 장착하고, 경영 전반에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적극 구현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탠딩 토크 방식으로 형식 파괴를 택한 허태수 신임 GS그룹 회장도 디지털 인재 확보와 협업에 기반한 조직문화 구축을 강조했다. 허 회장은 “불확실성의 시대에 디지털 역량과 글로벌 역량을 갖춘 인재를 많이 확보하고 육성해 줄 것”을 당부하며 “중장기적으로 우리가 보유한 핵심 기술에 ’디지털 역량‘을 접목하고, 우리의 코어 사업과 연관된 사업으로 신사업을 확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객·사회적 가치…분명해지는 그룹 만의 경영 철학=그룹 총수들의 3·4대 시대가 본격화하며 그룹 별 경영철학의 색깔도 분명해지고 있다. 사회적가치 전도사 최태원 SK 회장은 새해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신년사가 아닌 일반 시민과 고객 등 이해관계자 전체를 대상으로 한 대담 형식을 통해 올 한해 그룹 경영의 지향점을 밝혔다. 최 회장은 그룹의 경영화두인 ’사회적 가치‘와 ’행복‘, 그리고 이를 동력으로 한 ’딥체인지‘를 기반으로 올해도 그룹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올해부터 ’새해인사모임‘을 없애고 ’디지털 영상‘ 파격을 택한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그룹의 오랜 경영철학인 ’고객‘을 강조했다. 구 회장은 6분여 동영상 편지를 통해 “새해 이것 하나만큼은 반드시 우리 마음에 새기면 좋겠다”며 “바로 ’고객의 마음으로 실천‘”이라고 언급한 뒤 “고객의 마음을 정확하고 빠르게 읽기 위해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는 지혜도 필요하다”고 했다.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은 “고객이 우리 곁에 있기 때문에 우리가 존재할 수 있음을 잊지 마라”며 “새해에는 ’숲속의 고객을 보는 기업, 그리고 그 숲을 더욱 풍성하게 하는 기업을 만들어 가자”고 당부했다.

산업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