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불매운동의 여파로 난기류에 직면했던 항공업계의 지각변동이 시작됐다. 아시아나항공의 매각 계약이 임박한 가운데 제주항공은 인수를 결정한 이스타항공의 실사를 시작했다.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의 매각 주체인 금호산업은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 컨소시엄과 금명간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할 예정이다.
양측은 협상의 막판 쟁점으로 지목됐던 우발채무 등 손해배상 한도를 구주 가격의 9.9%(약 317억원)로 명시하는 데 합의했다.
계약서 사인을 마치면 아시아나항공의 주도권은 창립 31주년 만에 금호아시아나그룹에서 HDC그룹으로 넘어간다.
현대산업개발은 유상증자를 통해 2조원이 넘는 실탄을 아시아나항공에 투입할 계획이다. 노선 경쟁력 향상과 비용 효율성을 위한 청사진은 안갯속이다. 수익성 개선에 초점을 맞춘 행보는 아시아나항공의 체질을 빠르게 개선할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나항공은 이날 인천∼호주 멜버른 간 직항 노선의 운항을 시작했다. 장거리 노선을 확충하려는 전략이다. 업계 1위인 대한항공 뿐만 아니라 외항사들과 경쟁관계는 더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단기간에 노선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저비용항공사 업계 1위의 몸집 불리기로 시선이 쏠렸던 제주항공은 이날부터 이스타항공의 실사를 시작한다. 제주항공은 앞서 18일 이스타항공 최대주주인 이스타홀딩스와 주식매매계약에 대한 양해각서(MOU)를 맺고, 경영권 인수를 위한 절차에 돌입했다.
‘규모의 경제’를 앞세운 제주항공의 비행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을 위협하는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올해 3분기 기준 국제선 점유율은 대한항공 33.4%, 아시아나항공 23.0%, 제주항공 14.7%, 이스타항공 4.8% 순이었다.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의 점유율을 합산하면 대형항공사의 턱밑 수준인 19.5%에 도달한다.
내년에도 불황이 이어질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대한항공의 ‘오너 리스크’는 또 다른 변수로 떠오를 전망이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지난 23일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원을 통해 “조원태 대표이사가 공동 경영의 유훈과 달리 한진그룹을 운영해 왔고, 지금도 가족 간의 협의에 무성의와 지연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에 ‘반기’를 들었다.
대표이사의 연임 안건이 예정된 내년 3월 한진칼 주주총회가 변곡점으로 지목된다. 남매간 갈등이 수면 위로 부상하면서 한진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대한항공도 당분간 ‘남매의 난’의 충격파를 견뎌야 하는 상황이 됐다.
정찬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