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칼-대한항공 주식 맞교환
한진그룹의 지배구조가 한진칼을 중심으로 뚜렷한 지주체계를 갖추게 됐다. 한진칼과 대한항공간 주식 맞교환(swap)을 통해서다. 조양호 회장 일가는 자금 투입 없이 지주사 한진칼에 대한 지배력을 배가시키는 효과를 누리게 됐다.
한진칼은 대한항공 주주들을 대상으로 대한항공 주식을 한진칼 주식으로 바꿔주는 유상증자 계획을 24일 내놨다. 대한항공 주식을 주당 3만7800원에 공개매수하고, 그 대가로 현금 대신 주당 2만6298원에 발행될 한진칼 주식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되면 대한항공 1주당 한진칼 주식 약 1.4373주를 받을 수 있다. 대한항공 주주들의 공개매수 참여도가 변수지만, 이렇게 되면 조양호 회장과 세 자녀의 한진칼 지분률만 현재 10%에서 최대 21.1%까지 늘어날 수 있다. 특수관계인을 모두 포함하면 지분률이 50%를 훌쩍 넘을 수 있다.
지주체제 임에도 지배구조 정점이 흐릿했던 지배구조도 뚜렷해졌다. 이번 스와프 전만해도 그룹 주력사인 대한항공의 최대주주는 지주사 한진칼이 아닌 물류회사 (주)한진이었다. 하지만 스와프를 통해 (주)한진, 조 회장 일가 등으로 흩어졌던 대한항공 지분은 한진칼로 집중된다. 지분률도 30% 넘어 명실상부한 지주요건을 갖추게 된다.
한진칼이 뚜렷한 지주사가 되면서 ‘한진칼-정석기업-한진-한진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도 해소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순환출자 해소방법으로는 3사간 합병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3사 중 2사만 합병할 경우 또다시 상호출자를 해소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주사인 한진칼이 사업회사인 정석기업이나 (주)한진과 합병하면 또다시 지주사와 사업회사를 나누는 분할을 해야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따라서 다른 방법을 택할 가능성도 있다.
한진칼은 이미 정석기업 지분을 절반 가까이 보유하고 있다. 조 회장 일가가 보유중인 정석기업 지분을 (주)한진이 가진 한지칼 지분과 바꾸는 방법이다. 이렇게 되면 조 회장 일가는 한진칼만 지배력을 50%넘게 유지한 채, 한진칼이 대한항공과 정석기업을 통해 각각 한진해운과 (주)한진을 지배하는 구조를 완성시킬 수 있다.
정석기업은 지난 달 조 회장의 세 자녀가 가진 지분 3.84%을 자사주로 사들였다. 매입가는 총 178억원으로 주당 24만7796억원이다. 조 회장 부부가 가진 정석기업 지분 28.66%를 이 값으로 계산하면 약 1333억원이다. 현재(스왑전) (주)한진의 한진칼 지분가치는 740여억원, 대한항공 지분가치는 1864억원이다. 금액 차이가 다소 있지만, 정석기업이 제일모직(구 삼성에버랜드)의 사례를 따라 상장을 한다면 가치 격차를 줄일 수 있다.
홍길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