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공공기관 최초 ‘성평등 임금공시제’ 첫 시행
전체 22곳 중 임금격차 서울연구원 46.2%로 1위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서울시 투자·출연기관 22곳의 여성 근로자는 18%에 불과하고, 이들의 평균 근속기간은 남성 보다 7.7년 짧은 것으로 나타났다.
9일 서울시가 공공기관 최초로 모든 투자출연기관을 대상으로 ‘성평등 임금공시’를 시행할 결과에서다. 시는 이 날 홈페이지에서 기관별 성별 임금격차, 직급별·직종별·재직년수별·인건비구성항목별 성별 임금격차 등을 공개했다.
이번 성별임금격차는 정원 내 무기계약직과 정규직 노동자의 임금 정보를 분석해 중위값을 공시했다. 분석 대상은 2018년 만근한 총 2만2361명이다. 특정 성별이 5인 미만인 사업장은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비공개로 처리했다.
그 결과 성별 임금 격차가 가장 큰 곳은 서울연구원으로 46.4% 차이났다. 서울연구원과 서울에너지공사(40.9%), 서울산업진흥원(37.3%) 등 3개 기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분석 한국 평균(34.6%, 2017년 기준) 보다 높았다.
서울연구원은 이런 결과에 대해 2017~18년 정규직 전환자 가운데 여성이 66명(63%)으로 연구지원부서 하위직이 대부분이고, 상대적으로 급여가 높은 박사급에는 여성 20.34%로 남성이 많아서란 설명이다.
이와 달리 서울여성가족재단(-31.57%)과 서울장학재단(비공개 처리) 등 2개 기관은 여성의 임금이 남성 보다 오히려 높았다. 여성가족재단은 남성 근로자가 30%인데 주로 시설관리직과 일반직으로 직종과 직무에 따른 격차가 발생했다.
공시대상 전체 노동자 가운데 여성 비율은 18%에 그친다. 서울교통공사(8.7%), 서울특별시농수산식품공사(12.8%), 서울에너지공사(16.0%), 서울시설공단(22.0%), 서울주택도시공사(23.2%), 서울디지털재단(28.6%) 등 6개 기관의 여성 비율이 30%를 밑돌았다.
전반적으로 여성 노동자 비율이 낮고, 평균 근속 기간이 남성이 더 긴 곳에서 성별 임금 격차가 높았다.
120다산콜재단은 반대로 여성 비율이 86.3%에 달하며, 평균 근속기간이 19.9개월로 남성보다 0.8개월 긴데, 성별 임금 격차는 6.4%로 낮았다.
서울시는 상위 직급으로 갈수록 여성 비율이 낮아지고, 건축·토목·기계 분야에서 남성이 많은 점 등이 임금 격차를 발생시키는 것으로 봤다. 예컨대 농수산식품공사는 1~2급에 여성이 없다. 주택도시공사는 1~3급에 남성이 88%를 차지한다.
시는 ▷여성 채용 비율을 높이고 ▷상위 직급에 여성 진출 기회를 확대하며 ▷육아휴직으로 인한 고용중단 등 불이익이 없는 노동 환경을 만든다는 목표다.
노동전문가인 차별조사관과 노무사, 변호사 등 외부 전문가로 구성한 ‘성평등임금자문단’이 각 기관을 방문해 각 기관 사정에 맞는 개선계획을 수립, 이행하도록 3단계에 걸쳐 컨설팅할 계획이다.
시는 이번 성평등 임금공시를 투자출연기관의 비정규직, 시 민간위탁기관까지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또 궁극적인 목표인 민간 부문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한 ‘성평등임금 실천 가이드라인’을 마련, 우수 기업 지원을 위한 관련 조례 제정도 추진할 계획이다.
박원순 시장은 “성별임금격차 개선은 남녀의 평등한 노동출발선을 만드는 핵심 실천”이라며 “상대적으로 공정하고 투명한 임금체계를 운영하고 있는 공공기관에서도 성별임금격차가 나타났다. 합리적인 이유로 설명되지 않는, 비합리적인 격차를 줄이기 위해 서울시가 먼저 모범적인 선례를 보이고, 이 흐름이 민간까지 이어져 오랜 기간 누적된 잘못된 관행을 바꾸고 사회적 인식을 전환해 나아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시는 지난 3월 8일 ‘세계여성의 날’에 ‘성평등 도시 서울 추진계획’을 발표하며 성평등 임금공시제를 시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후 여성·노동·시민단체·기업 등 각계 전문가가 참여하는 태스크포스(TF)를 꾸려 22개 기관과 소통하면서 임금정보를 수집, 분석했다. 지난 9월 출범한 성별임금격차개선위원회(위원장 신경아 한림대 교수)가 TF 분석 내용을 심의·의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