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홈쇼핑 재직시 디지털 감각 입증

홈쇼핑 케이블채널 팔고 모바일 투자

‘승부사’ 기질보여 차세대리더 능력인정

허윤홍·허세홍 등 4세 경영일선 포진

재계 안팎 “세대교체 시의적절한 판단”

GS 사령탑에 오른 허태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이끈다

‘글로벌 GS’로의 도약을 이끌어갈 새 수장으로 허태수 GS그룹 신임 회장이 추대됐다. 글로벌 경기와 대내외적 경영 환경이 지속적으로 부침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허 신임 회장이 GS그룹을 글로벌 시장 변화와 디지털 전환에 민첩한 ‘새로운 DNA’로 재정비해 그룹을 이끌어갈 수 있을지 그 리더십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관련기사 12면

허태수 회장은 앞서 퇴임 의사를 밝힌 허창수 회장이 강조한 “글로벌 감각과 디지털 혁신 리더십을 갖춘 새로운 리더가 빠르게 변하는 비즈니스 환경에 대응해야 한다”는 과제를 이어받게 됐다. ‘60대 총수’로의 교체에 이어 GS는 4세들까지 경영 전면에 등판하면서 그룹 쇄신과 세대교체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내년 1월 공식 취임을 앞둔 허 신임 회장은 GS 창업주인 고(故) 허만정 선생의 3남인 허준구 명예회장의 5남이자, 허창수 회장의 막냇동생이다. 고려대 법학과와 미국 조지워싱턴대 경영학석사(MBA)를 졸업하고 미국 컨티넨탈은행, LG투자증권 런던 법인장, 국제금융사업부장 등 해외 근무를 거치며 일찌감치 글로벌 감각을 쌓았다.

GS 사령탑에 오른 허태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이끈다

특히 허 회장은 에너지·건설 등 전통적으로 큰 부침이 없는 사업이 아닌, 빠르게 변화하고 소비자에 민감한 유통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 왔다. 허 회장이 변화하는 경영 환경 속에서 조직을 민첩하게 다뤄 대응하고, 신사업 발굴에 감각을 발휘할 적임자로 꼽히는 이유다.

지난 2007년에 GS홈쇼핑 대표이사로 부임한 허 회장은 내수산업에 머물던 홈쇼핑의 해외 진출과 모바일쇼핑 사업 확장 등을 잇따라 성공시키며 차세대 GS 그룹의 리더로서 능력을 인정받아 왔다.

실제로 홈쇼핑 시장이 포화상태에 접어들었던 당시에도 허태수 회장은 매년 최대 실적을 갈아치우며 급성장을 이끌었다. 취임 직전이던 2006년 연간 취급액 1조8946억원, 당기순익 512억원에 불과하던 실적은 지난 2018년 취급액 4조2480억원, 당기순익 1206억원으로 급성장했다.

여기에 최근 주요 그룹들이 일제히 몰두하고 있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도 허 회장은 탁월한 능력을 보여 왔다. 모바일 커머스 시장에 대한 통찰력으로 선제적 투자를 단행해 2014년 7300억원이던 모바일 쇼핑 취급액이 2018년 2조원을 넘어서는 등 TV홈쇼핑에 의존하던 사업 구조를 모바일로 성공적으로 전환시켰다는 평가다.

이 과정에서 2010년 GS홈쇼핑이 보유하고 있던 케이블SO인 GS강남방송과 GS울산방송 전격 매각을 단행하는 ‘승부사’적 기질을 보이기도 했다. 홈쇼핑사에게 채널이 매출을 보장하던 시기였음에도 허 회장은 이때 마련한 자금을 토대로 모바일 홈쇼핑에 투자를 감행해 성과를 이끌어냈다.

허태수 회장은 또 GS그룹의 ‘글로벌 센서(Sensor)’ 역할을 해 오기도 했다. GS그룹 차원에서 실리콘밸리에 벤처투자회사를 설립해 그룹 혁신의 동력으로 삼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배경에도 허회장의 조언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후문이다.

허 회장의 발탁과 더불어 글로벌 감각과 디지털 역량을 모두 지닌 오너 4세 경영인들도 전면 등장하면서 GS그룹의 세대교체에 본격적인 힘이 실릴 것으로 관측된다.

이번 임원인사에서 허창수 회장의 장남 허윤홍 GS건설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하며 신사업부문 대표를 맡게 됐다. 올해 1월에는 허동수 회장의 아들 허세홍 GS칼텍스 사장이 대표이사 자리에 오르는 등 4세들의 경영 활동이 본격화했다.

이외에도 허남각 회장의 아들 허준홍 GS칼텍스 부사장, 허광수 회장의 아들 허서홍 GS에너지 전무, 허정수 회장의 아들 허철홍 GS칼텍스 상무 등도 각 계열사에 포진해 활발한 경영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허창수 회장의 용퇴로 새로운 감각을 지닌 경영자들이 아주 자연스럽고 시의적절하게 전면에 등장해 실력을 발휘할 기회가 주어지게 됐다”고 평가하며 “GS그룹이 세대교체라는 흐름을 적절하게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세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