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우려가 현실로…2018년 12월과 2019년 12월

취재를 맡고 있는 주요 그룹들의 인사 소식이 전해진다. 한 해의 끝자락을 알리는 벨소리다. 한 장 덜렁 남은 달력은 연말의 아쉬움을 더한다. 지난간 한 해를 돌아보며 생각이 많아지는 시기다. 문득 작년 이맘 때 무슨 고민을 했을 지 궁금해졌다. 2019년 새해 하루 전날, 정확히 작년 세밑에 썼던 칼럼을 뒤진다. ‘정책의 역설…기해년 양극화를 경계한다’는 글이 보였다.

한 해를 마무리하며 정부가 2019년 올 해 꼭 주의를 기울였으면 하는 경제 정책의 방향을 지적하는 칼럼이었다. 요약하자면 작년 연말 40%대까지 데드크로스를 그리며 급락한 정부 지지도의 원인은 경제였으며, 정확히는 민생이었다는 내용이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과, 성급하게 도입된 근로시간 단축, 이로 인한 일자리의 감소가 올해에도 이어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다. 마지막 문장은 정부가 양극화를 조장하는 우를 새해에는 더는 보지 않기를 바란다고 썼다.

1년이 지났다. 당시 제기했던 양극화에 대한 우려는 결코 기우가 아니었음이 명확해지고 있다. 그리고 정부가 이를 심화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불행하게도 정확히 들어맞았다.

양극화는 성숙된 자본주의의 부산물이라고도 한다. 하지만 이를 해소하겠다며 야심차게 출범한 정부였기에 오늘의 현실은 두고 두고 아쉬움이 남는다. 넘쳐나는 유동성 속에서 자산가들은 투자처를 찾지 못할 정도로 넘쳐 나는 현금에 버거워한다. 저금리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되자 결국 이 돈은 가장 안전한 투자처인 서울의 핵심 부동산으로 몰려들고 있다. 고삐 풀린 말처럼 집 값은 고공 행진 중이다. 평범한 직장인들이 허리띠를 졸라 매도 평생 모을 수나 있을 지 자신할 수 없는 10억대의 집들이 즐비하다. 정부는 연일 고가 부동산을 타깃으로 악에 바친 정책을 내놓지만, 시장은 이를 비웃는다.

최저임금 문제는 수축사회로 접어든 경제 구조 하에서 자영업의 몰락을 앞당겼다. 이 마저도 내년 8590원으로 오른다. 최근 10년간 제일 낮은 수준의 인상률인 2.9%이라지만 이미 실기한 느낌이다. 영세 자영업자들은 극빈층으로 속절 없이 추락했다. 이들에 고용된 이들도 직업을 잃었다. 최저임금이 가파르게 상승한 지난해 전국 편의점 풀타임 일자리가 4만2000개 이상 사라졌다는 소식이 아침 전해졌다. 올해도 이 흐름은 변함이 없을 것이다.

과로사회 해소를 위해 도입된 근로시간단축은 도리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양극화를 조장하는 주범이 됐다. 대기업 근로자들은 넉넉한 복지와 줄어든 근로시간 덕에 삶의 질이 획기적으로 개선됐다. 이를 바라보는 중소기업들은 심한 박탈감을 느낀다. 당장 내년부터는 50인 이상 기업으로 적용 대상이 확대된다. 준비가 전혀 되지 않은 중소기업들은 적용을 미뤄달라 절규한다. 하지만 뻔히 예상됐던 상황에서도 정부는 손을 놓고 있었다. 허송세월이었다. 또 다시 계도기간이라는 이름 하에 처벌을 미루겠다는 미봉책만 내놓고 있다. 역사는 진보한다지만, 적어도 작년과 올해는 달라진 게 없어 보인다. 아니 오히려 퇴보했다. 불행하게도 내년 이맘 때도 또 다시 같은 글을 쓰게 될 것 같다. 아니 확신한다. 정쟁으로 얼룩지며 민생이 잊혀지는 작금의 현실이 이를 방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