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북부지법 제11형사부(부장판사 오선희)는 폭행 피해자가 합의를 해주지 않는다며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혐의(살인 등)로 재판에 넘겨진 A(59) 씨에게 국민참여재판을 통해 징역 18년을 선고했다고 26일 밝혔다.

A 씨는 지난 7월 서울 노원구의 한 고시원에서 함께 택시기사를 하면서 알게된 후배 B(48) 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에 앞서 범행 전날 오후 혼자 술을 마시고 있던 B 씨를 만나 함께 술을 마시다 시비가 붙었고 A 씨는 B 씨의 머리와 뺨을 각각 한 차례씩 때린 혐의로 입건돼 경찰 조사를 받았었다.

약 1주일 전 운전자폭행 혐의로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은 바 있던 A 씨는 집행유예 기간에 또다시 불미스런 일에 휘말리게 되자 B 씨와 합의를 하고자 했다.

그러나 B 씨가 화해를 거절하고 자신에게 욕을 하고 돌아가자 A 씨는 홧김에 B 씨의 고시원을 찾아가 이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

변호인은 “A 씨가 범행 당시 정신장애가 있었고 만취로 인해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정신장애나 음주로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에까지 이르렀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배심원단 역시 만장일치로 심신미약을 인정하지 않았다.

7명의 배심원들 모두가 A 씨에 대해 유죄 의견을 내렸으며 이들 중 3명의 배심원은 징역 20년, 1명이 18년, 3명이 15년의 의견을 냈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화해를 거절했다는 이유만으로 살인을 하고, 동종 범죄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지 불과 며칠 지나지 않아 범행을 한 점을 고려하면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며 “다만 범행을 시인하고 있고, 범행 직후 스스로 112에 신고한 점 등을 참작했다”고 양형의 이유를 설명했다.

배두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