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성매매특별법 10년의 아쉬움

[헤럴드경제=이태형 기자]기자는 성매매특별법이 제정된 지 4년이 되던 지난 2008년 사회부 사건팀에 있을 당시 기획기사를 준비하면서 성매매 현장 취재를 나간 적이 있다. 서울지역 3대 집창촌 중 한 곳이던 일명 ‘청량리588’ 일대에서 성매매 여성과 얘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2~3평 남짓한 공간에 침대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 있던 공간에서 마주한 여성은 말꺼내기를 주저했다. 취재 설명을 하고 개인적인 질문을 하나씩 던지자 그는 천천히 말문을 열었다. 그는 서울 토박이가 아니었다. “지방에서 빚 독촉에 시달리다 여기까지 흘러 들어왔다”고 했다. 그는 꿈이 있었다. 고등학교까지 성적이 좋은 편은 아니지만, 책을 좋아하던 그녀는 작가가 되고 싶었다고 했다. 그리고 그 꿈을 계속 갖고 있다고 했다. 자정이 훌쩍 넘은 시간에 현장을 떠나면서 그의 얘기 하나하나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고 돌아오는 길 내내 머리를 복잡하게 했다. 현실을 알려야 하는 기자로서의 역할에 앞서 인간으로서의 연민이 앞섰다. 같은 서울 하늘 아래에서 살고 있는 사회 구성원에 대한 일종의 연대 의식이랄까, 지금도 정확히 형용할 수 없는 미묘한 단상이 꼬리를 물었다.

그리고 어느덧 시간은 6년이나 지났다. 당시 사건팀 취재가 지금 담당하고 있는 교육 분야와 일견 무관해 보이지만, 그렇다고 전혀 무관한 것은 아니다. 여성 인권 문제와 지자체 개발 문제, 그리고 이를 둘러싸고 의견을 내놓고 있는 학계와 전문가들. 심지어 성매매 자체에 대한 인류학적 접근, 공창제 도입과 이에 대한 입법화 주장 등 수많은 주제와 논의들이 ‘성매매’라는 단어 하나를 통해 엮어있다. 이같은 문제일수록 자신의 서 있는 위치에서만 바라볼 때 빠지기 쉬운 ‘동굴의 우상’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

올해로 성매매특별법이 제정된 지 10년이 됐다. 언론사들은 너도 나도 기획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기자들 입장에서는 이같은 ‘일정(캘린더) 기사’는 이른바 ‘거저 먹는 기사’로 치부한다. 때 맞춰 쓰면 되는 아이템으로 적격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러한 타성에 젖는 순간 한국 사회에서 언제나 ‘뜨거운 감자’였던 성매매는 단순한 가십거리로 전락할 수 있다. 여기에 관련돼 있는 이들과 사회 구조에 대한 깊은 고민을 놓치는 우를 범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일부 시민은 ‘왜 성매매 단속을 더 엄격히 하지 않느냐’고 하고, 일부는 ‘성매매 종사자의 생존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한다. 우선순위는 단순 대증요법보다 ‘왜 성매매가 이뤄지는가’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물음부터 해소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