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수금·성공보수 나눠 받는 변호사업계 관행

승소 판결 이후 연락 끊고, 돈 깎으려는 의뢰인에 소송까지

민사사건 특성상 강제집행 해 돈 받기까지 번거로워

‘성공보수 못 줘’ 의뢰인에 몸살…변호사들 소송 올해만 100여건
[연합]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법무법인 A는 2017년 미국 재외국민인 B씨의 상속사건을 맡았다. 한국에 있던 모친이 사망하며 남기고 간 강남구의 땅과 단독주택 지분의 1/20을 가진 친척이 B씨 소유의 나머지 지분도 빼앗으려 한 사건이다. 착수금 2000만원에 성공보수 5000만원을 받기로 약정했다. 사건 진행중에 B씨는 담당변호사에게 수시로 감사 인사를 하고 부동산 담보대출을 받아 1억원의 성공보수를 주겠다는 말도 했다. 하지만 승소판결 이후 B씨는 성공보수를 1300만원으로 깎으려 했다. A법인이 이를 거절하자 연락을 두절한 채 미국으로 돌아가 버렸다.

변호사들이 약정한 보수를 받지 못해 의뢰인을 상대로 소송을 내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

6일 법원 전산망 검색결과에 따르면 ‘성공보수 소송’ 판결 선고건수는 올해 102건으로, 지난해 74건, 49건(2017년), 48건(2016), 52건(2015)을 훌쩍 상회한다. 총 584건의 판결 중 서울중앙지법에서 366건이 집계된다. 민사소송은 원고가 적어내는 소송 명칭이 등록되므로, ‘약정금 소송’, ‘보수 지급 청구’ 등의 사건 중에서도 변호사나 법무법인이 낸 사건이 더 있을 수 있다.

변호사들은 착수금과 성공보수로 사건 위임 보수를 나누어 받는다. 하지만 승소 후 의뢰인들이 연락을 끊어버리거나, 처음 약속한 금액을 전부 다 줄 수 없다고 버티는 경우가 생기면서 변호사와 의뢰인간 소송전도 늘게 됐다. 서울지역의 한 변호사는 “보통의 민사사건의 경우 착수금이 500만원 안팎, 성공보수는 의뢰인의 경제적 이득가액의 10% 또는 1000만원대 등으로 형성돼 있고, 형사사건은 착수금이 최소 1000만원부터 시작한다”며 “무죄 또는 공소기각시 받는 성공보수는 당연히 그보다 높았다”고 설명했다. 의뢰인들도 소송 초기에는 돈이 없어 승소 후 돈이 생겼을 때 내는 것을 선호한다. 변호사들도 성공보수가 있어야 더 열심히 변론하는 효과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대법원은 형사사건 성공보수를 금지했지만 일부 의뢰인은 형사사건과 연계된 민사사건 또한 여기에 해당된다며 잔금을 안 내고 다투는 경우가 있다. 한 중견변호사는 “변호사도 돈 받는 방법은 똑같이 소송하는 것 뿐”이라며 “계약서까지 남아있어 소송을 내면 대부분 승소하지만 정말 큰 돈이 아니면 번거로워 넘어갈 때가 많다”고 밝혔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계약대로 지킨다는 문화가 정착이 돼야 한다. 외국처럼 타임차지로 일한 만큼 비용을 청구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형사사건 성공보수 약정을 금지한 대법원 판례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최근 서울지방변호사회는 명확한 근거 없이 형사사건에만 제한을 뒀다며 대법원에 의견서를 제출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솔직히 형사사건은 1심에서 유죄가 나오는게 돈을 더 번다. 그래야 의뢰인이 항소를 하기 때문”이라고 털어놨다. 이어 “전화 한통에 수천만원을 받는다는 일부 전관을 막겠다는 취지 자체는 이해하지만 인간의 이기적인 본능을 거스른 조치”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