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 발생 2년 만에 압수수색…포항시민 환영·비판 교차
5일 오후 대전시 유성구 가정동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내부 모습. 이날 서울중앙지검 과학기술범죄수사부는 2017년 포항 지진이 지열 발전에서 촉발됐다는 의혹과 관련해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등지를 압수수색 중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헤럴드경제]2017년 경북 포항지진과 관련해 검찰이 2년만에 관련 기관을 압수 수색하자 포항시민은 환영과 비판이 교차했다.

서울중앙지검 과학기술범죄수사부(부장 김윤희)는 5일 포항에 있는 포항지열발전을 비롯해 포항지열발전사업 주관사인 넥스지오, 정부출연연구기관인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등을 압수 수색했다.

검찰은 지열발전사업 관련 기록과 포항지진 전후 관측자료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항 시민 사이에서는 오래전부터 넥스지오와 지질자원연구원 등을 수사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특히 올해 3월 정부조사연구단이 2017년 11월 15일 포항에서 발생한 규모 5.4 지진이 근처 지열발전소 때문에 촉발됐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이 같은 의견은 더 확산했다.

포항지진범시민대책본부는 올해 3월 29일 지진을 촉발한 책임자를 처벌해달라며 윤운상 넥스지오 대표와 박정훈 포항지열발전 대표, 전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을 검찰에 고소한 바 있다.

그런데도 검찰이나 경찰 등 수사기관이 특별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자 실망과 분노를 표현한 시민도 많았다.

외국에선 포항과 비슷한 일이 발생했을 때 곧바로 수사에 착수한 사례가 있다.

2006년 12월 8일 스위스 바젤 지열발전 현장에선 시추공에 물을 넣는 도중 규모 2.6 지진과 3.4 지진이 발생했다.

포항과 비슷하게 지열발전으로 지진이 난 스위스에선 경찰이 지진 발생 15분 만에 시행사를 압수수색했다.

바젤시는 사업에 참여한 업체와 연구기관 관계자를 상대로 소송을 했다.

반면 포항지진이 지열발전으로 촉발됐다는 정부조사단 발표에도 정부는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했을 뿐 이렇다 할 조치를 내놓지는 않았다.

이 때문에 포항에선 그동안 정부나 수사기관을 원망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검찰이 압수수색에 들어간 것과 관련해 한 40대 포항시민은 "지진이 일어난 지 2년이 다 돼서야 압수수색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50대 포항시민은 "관련 자료가 제대로 남아있을지 의문스럽다"며 "2년은 마음만 먹는다면 얼마든지 자료를 치울 수 있는 시간 아니냐"고 비판했다.

반면 양만재 포항지열발전부지 안전성검토태스크포스 위원은 "이번 수사를 통해 형사 처벌 근거가 마련될 것으로 보여 늦었지만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좀 늦은 감이 있고 자료 유실 우려도 있지만, 수사기관이 잘 규명하리라고 본다"며 "검찰이 지열발전 과정에서 잘못을 밝혀내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