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올해 국내 건설사들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거둔 수주 실적이 지난해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현대차그룹 산하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가 해외건설협회 자료를 분석해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국내 건설사들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수주한 공사는 총 12건으로 26억7000만 달러 규모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54억7000만 달러)에 비해 51.2%나 줄어든 수치다.

사우디아라비아는 국내 건설사들의 주력 시장으로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100억 달러 이상의 공사를 수주, 국내 건설사가 진출한 90여개 국가 중 가장 큰 규모의 수주를 달성해 온 곳이다.

그러나 사우디 건설 수주액은 2011년 166억 달러(전년대비 57.5% 증가)로 최고점을 찍은 뒤 2012년 162억 달러(2.5% 감소), 지난해 100억 달러(38.3% 감소)로 계속 줄어들고 있다.

보고서는 수주 실적 감소 원인으로 국제유가 하락과 중동 정치 불안 등을 꼽았다.

사우디에서 에너지 분야는 국내총생산(GDP)의 50%, 정부 재정수입의 92%를 차지하는데 국제유가 하락으로 재정 수입이 줄면서 이 분야에 대한 공사 발주가 줄었다는 것이다. 올해 사우디 정부는 건설투자를 지난해보다 13% 줄인 661억 달러 규모로 축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중동 지역의 불안한 정치 상황은 외국인 투자를 감소시켜 사우디에서 석유와 천연가스 부문의 투자를 축소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2008년 395억 달러에 달했던 사우디의 외국인 투자액 규모 역시 지난해 93억 달러로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연구소 관계자는 “북미 지역의 셰일가스 개발로 국제유가가 계속 하락하고 있어 정유, 석유화학 등 사우디의 에너지 분야 투자는 계속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며 “올해 하반기 남은 기간에도 국내 건설사들의 수주 위축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그는 “사우디가 경제 활성화를 위해 도로, 발전, 담수 등 인프라 투자는 늘릴 것으로 보여 국내 건설사들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