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첫 재판 이후 비판 여론 의식한듯
변론 맡으려 법무법인 탈퇴하려다 번복
“가족 건강 문제로 소신 꺾어” 이유 밝혀
[헤럴드경제=정지은 인턴기자] ‘고유정 사건’ 변론을 맡은 판사 출신 변호사가 변론 포기 의사를 밝혔다.
13일 CBS노컷뉴스에 따르면 전 남편 강모(36) 씨를 살해한 혐의로 구속기소 된 고유정(35)에 대한 변론을 맡기 위해 법무법인에서 탈퇴 절차를 밟던 A 변호사가 결국 사건을 맡지 않기로 했다. 소속 법무법인에서도 나오지 않기로 했다.
A 변호사는 고유정 사건을 맡으면서 동료 변호사에게 피해가 갈까봐 법무법인 탈퇴 절차를 진행 중이었다. 법원에는 변호인 선임계를 제출하기 전이었다.
반면 지난 12일 해당 사건 관련 첫 정식 재판의 변론을 맡았던 B 변호사는 계속 재판에 참여하기로 했다. B 변호사는 1차 공판에 앞서 A 변호사가 고용한 개인 법률사무소 소속 변호사다.
A 변호사는 이날 오전 법무법인 내부 단체대화방에 글을 올리며 해당 사건에 대한 변론을 포기하기로 했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노컷뉴스는 전했다.
해당 글에서 A 변호사는 “억울한 죄인을 후배의 소개로 만나 차비 외에는 별 비용 없이 소신껏 도우려 했다”며 “그 과정에서 법인에는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할 수 있는 노력을 나름대로 했지만, (그러지 못해)죄송합니다”라고 적었다.
변론을 포기하는 이유에 대해선 “어제(12일)는 제 개인 쪽으로만 화살이 날아오는 상황이었으리라 봅니다”라며 “급기야 가족 중 스트레스로 쓰러지는 분이 계셔서 소신을 완전히 꺾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A 변호사는 노컷뉴스 취재진에게도 “후배의 요청으로 무료로 진행하다 졸피뎀이 오히려 고유정에게서 나왔다는 증거를 보고 억울한 사정을 살펴보려 했지만, 어머니의 건강 문제로 소신을 꺾게 됐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달 8~9일 A 변호사 등 고유정 측 변호인 5명은 고유정의 변론을 맡았다가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법원에 사임계를 제출했다. 그러나 고유정은 판사 출신 A 변호사를 중심으로 다시 변호인단을 꾸렸다. A 변호사는 사임계를 제출하고 나서도 피고인 고유정이 수감된 제주교도소를 수시로 방문하며 사건을 다시 맡을지를 고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A 변호사는 당시 CBS노컷뉴스와 인터뷰에서 “사건 기록을 꼼꼼히 살펴보니 고유정의 우발적 범행 주장을 받쳐주는 객관적 증거를 다수 확인할 수 있었다”며 “현재 공소사실 중 살인·사체 훼손·은닉 혐의는 모두 인정하지만 범행 동기와 관련해 피고인이 억울한 부분이 있다고 판단해 재판에 복귀하기로 어렵게 결정했다”고 밝혔다.
A 변호사가 고유정의 변론을 그만두면서 B 변호사가 역할을 이어받게 됐다. 고유정에 대한 2차 공판은 다음달 2일 오후 2시 제주지법 201호 법정에서 진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