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경제보복, 우리 일상에 큰 영향
힘 다해 국내 관광 활성화 도울 것
현실에서 통일은 상상 속 소원·꿈…
추상적 아닌 실질적 비전 제시해야
임진각 ‘평화박물관’ 설치작업 착수
모노레일도 추진 ‘DMZ 관광자원화’
“‘일본 만행관(館)’을 설립해 우리 국민 뿐 아니라 글로벌 관광객에도 제대로 된 역사를 알려야죠.”
일본의 수출보복 조치로 인한 ‘반일(反日) 불매운동’이 한 달 넘게 한반도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활화산처럼 폭발한 ‘NO 재팬’이다. 지난달 초부터 시작된 일본 아베 정권 규탄운동은 일본 불매운동을 넘어서 국내 관광·여행업계에도 직격탄을 날렸다. 지난해 한국을 찾은 일본 관광객은 294만명. 전국 지자체 가운데서도 경기도는 일본인들이 가장 많이 찾는 지역 ‘톱3’에 손꼽힌다. 하지만 ‘아베 정권 규탄 운동’의 최선봉에 선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유동규 경기관광공사 사장은 일본 관광객 유치를 위한 현지 광고, 세일즈콜 등 일본 관광마케팅을 당분간 전면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사실상 일본 관광객 유치 포기 선언이다.
지방자치단체 주도로 일본산 불매운동 ‘신호탄’을 최초로 쏜 주인공은 이재명 경기지사다. 지난달 2일 일본 정부의 반도체 수출규제 조치가 시행되자 이 지사는 이틀 뒤인 4일 경기기업 피해지원을 위한 신고세터 설치와 일본제품 독과점 현황 전수조사실시 등 국내 최초 보복 대응에 바로 나섰다.
‘이재명호(號)’ 최전선에서 경기 관광을 총괄하는 유동규 경기관광공사 사장도 함께 팔을 걷어붙였다. 유 사장은 지난 5일 일본 경제보복 관련 국내 관광 활성화 긴급 대책회의을 열고 ‘YES KOREA! GO 경기!’ 주제로 캠페인을 펼치기로 했다. 다양한 국내·외 집중 홍보마케팅을 통해 일본 경제보복이 관광산업에 미칠 악영향을 극복하기 위한 묘안를 짜낸다.
▶“일본 경제보복은 우리 일상에 큰 영향…국내관광 활성화 계기 삼겠다”=유동규 사장은 헤럴드경제와 인터뷰에서 “경기도에 ‘일본 만행관’을 지어 국민뿐만 아니라 글로벌 관광객 모두에게 과거 자행된 일본의 만행을 알리겠다”고 했다. 일본 731부대의 마루타 실험, 우키시마호 사건, 강제징용 등 역사적인 만행을 전시해 일본의 ‘진짜 얼굴’을 공개하겠다는 것이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는 소신때문이다.
경기관광공사는 일본 아베 정부의 부당한 경제보복 조치에 대응해 우선 일본 관광객 유치를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 지난해 방한한 일본인 관광객은 294만명이었고 이 가운데 26만명이 경기도를 찾았다. 서울과 부산에 이어 국내서 가장 많이 찾은 지역이다. 하지만 경기관광공사는 일본 관광객 유치를 위한 현지 광고, 세일즈 콜 등 관광마케팅을 전면 중단한다. 앞서 공사는 지난 6월 도쿄에서 골목 카페와 디저트 명소를 소개하는 ‘경기도 수원 카페 토크쇼’를 개최한 데 이어 하반기에는 일본인 작가와 함께 떠나는 ‘경기도 카페 투어’ 상품을 통해 일본 관광객을 유치할 계획이었다. 대신 일본인이 주로 방문했던 수원화성, 쁘띠프랑스, 아침고요수목원 등 지역 내 관광소득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대만 등 중화권과 태국 등 동남아 관광객을 대거 유치할 계획이다. 8월에 대만 유명 TV 여행프로그램 ‘규밀애여행’ 촬영과 태국 스타커플 웨딩화보 촬영을 진행하고, 현지 여행박람회와 세일즈 콜에도 적극 참여한다.
아울러 일본 여행을 취소한 관광객을 대상으로 역사문화유산을 둘러보며 해설 특강을 듣는 ‘경기그랜드투어-해설이 있는 여행’ 상품의 할인혜택을 제공하는 한편 국내 관광업계와 협력해 추가로 다양한 할인 프로그램을 마련할 계획이다. ‘구석구석 관광명소 공모전’을 통해 경기도의 숨은 관광지를 찾아 명소화한다. 3·1운동 기념관, 명성황후 생가 등 항일유적지와 행주산성 등 역사 속 항전 이야기를 TV, 라디오, 지하철, 수도권 광역버스, 주요 멀티플렉스 스크린 광고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한 홍보에도 나선다. 일본이 저질러온 만행을 상품화해 전 세계에 알리겠다는 의지다.
유 사장은 “일본 경제보복은 경제분야 뿐 아니라 여행을 포함한 우리 모든 일상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공사가 우선적으로 할 수 있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국내 관광을 활성화하고 관광업계를 도울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누구나 통일 필요성 절감할 수 있는 실질적 비전 제시해야”=유동규 사장은 인터뷰 중 소신있는 대북관을 밝혀 눈길을 끌기도 했다. 유 사장은 “모두가 ‘우리의 소원은 통일, 꿈에도 소원은 통일’이라고 노래한다. 하지만 조금만 더 구체적으로 통일에 관해 질문하면 누구나 당황한다. 통일을 왜 해야 하는지, 무엇이 좋은지, 통일비용은 얼마인지,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객관적으로 알려주는 사람이 없다”고 안타까워 했다.
그는 독일의 사례를 들었다. 유 사장은 “한반도 통일 참고사례인 독일 역사와 통일과정은 우리와 많이 다르다”며 “독일 통일은 우연이 아니다. 30년 이상 통일을 준비했고 1990년 통일 이후 지금까지 통일비용으로 약 3000조원을 쓴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동독이 매우 가난했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통일 직전 1989년 동독의 1인당 GDP는 8200달러로 5718달러인 대한민국보다 오히려 높았다”고 했다.
현재 경제분야에서 남북 간 격차는 통일 당시 동서독보다 훨씬 크다. 2018년 남한의 GDP가 세계 12위인 반면 북한은 100위 밖이다. 분단 기간, 경제 격차 무엇하나 만만한 상황이 아니지만 우리는 그저 독일보다 통일이 더 힘들겠거니 추측만 할 뿐이다. 이러는 사이 현실적 통일은 갈수록 비용이 증가해 우리가 감당하기 힘든 수준에 도달할 수 있으며, 대안조차 잃을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유 사장은 “통일의 필요성에 대해 20∼30대는 절반 이상이 별로 필요없거나 전혀 필요하지 않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분단의 현실, 평화의 의미를 제대로 인식할 수 있는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다. 남북한 분단과정 역사, 전쟁의 아픔, 분단으로 인한 상처, 통일의 필요성을 한 데 모아 누구나 쉽게 대중적으로 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추상적 통일이 아닌 실질적 통일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고 했다.
유 사장은 “현실속에서 통일은 상상 속의 소원이고 꿈이다. 현실적 시선으로 통일을 진지하게 바라볼 기회는 일반 국민 입장에서 많지 않다. 구성원이 공감하지 않는 통일은 이루어질 수 없다. 통일에 대한 공감대는 통일을 위한 첫 번째 필요조건이다. 그래서 일반 국민들이 통일을 제대로 진지하게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했다.
▶평화박물관·평화모노레일 설치 ‘박차’=유동규 사장은 “분단현실을 보기 위해 연 480만 명의 국내외 관광객이 임진각평화누리를 찾지만, 체험할 만한 건 500원 짜리 망원경 외에는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고 말하며 임진각 평화박물관과 모노레일 설치 추진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분단의 상징인 DMZ는 세계가 주목하는 랜드마크로 발전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러면서 “DMZ를 우리 국민과 세계인이 방문해 왜 DMZ가 평화의 상징이 되어야 하는지, 통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느낄 수 있는 역사의 장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기관광공사는 임진각평화누리에 ‘평화박물관’(가칭)을 설치하기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유 사장은 “이 곳에 분단과정부터 전쟁의 아픔, 평화통일 필요성까지 모두 담아내고 싶다”고 했다. 그는 “남북미 정상회담에 쏟아진, 한반도 평화와 통일에 대한 세계의 관심을 통일 청사진으로 보여주는 박물관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사장은 “남한뿐만 아니라 북한에도 이러한 역할을 하는 박물관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의 ‘평화박물관’ 구상은 단순한 통일 관련 전시를 넘어 평화통일이라는 메시지를 담았다.
임진각평화누리에서 판문점까지 달리는 첨단 ‘평화 모노레일’(가칭)도 추진중이다. 분단 상징이었던 DMZ 관광자원화를 통해 일자리를 만들고 경제 활성화에 기여한다는 차원이다. 단순 이동수단이 아닌 최첨단 관광형 모노레일이다. 임진각-판문점 구간 총 11㎞를 운행한다. 역사는 임진각 역-분단의 역-평화의 역-판문점 역 총 4곳이다.
유 사장은 “누구나 평화 모노레일을 타면 제대로 DMZ를 느낄 수 있도록 IT 강국에 걸맞은 최고의 콘텐츠와 최첨단 기술을 도입 해 흥미, 눈물, 감동을 전달할 것”이라고 했다. 공사는 이 평화 모노레일을 단계적으로 개성 송악산까지 확대 연장할 계획이다.
그는 평화 모노레일이 파주·고양·연천 등 경기북부 일자리 창출과 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모노레일이 DMZ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으면 체류형관광과 지역소비로 이어지고, 인근 킨텍스 마이스(MICE) 참가자들의 숙박 및 소비 유도가 가능하다고 예측했다.
경기관광공사는 경기도와 함께 새로운 관광인프라인 ‘평화 모노레일’을 정부에 정식 제안, 신속히 추진할 예정이다. 유 사장은 “우리나라가 지금까지 북쪽이 막힌, 섬나라 아닌 섬나라였지만, 이제 북으로 길이 열리면 진정한 반도국가의 지정학적 가치를 살릴 수 있을 것”이라며 “평화 박물관과 평화 모노레일은 그를 위한 디딤돌이자 계기가 될 것”이라고 의지를 밝혔다.
수원=박정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