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신무기 사거리 50~500㎞ -탄두 중량 500㎏ 이상…핵 탑재 -패트리엇, 사드 요격망 회피가능 -의견 분분했던 군사전문가들 허찔려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북한이 지난 4일 강원도 원산 호도반도에서 시험발사한 신형 전술유도무기로 인해 한반도에 배치된 사드(THAADㆍ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가 무력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특히 이 신무기는 사거리가 적게는 50㎞에서 많게는 500㎞까지, 탄두 중량은 500㎏ 이상일 것으로 분석돼 한반도 전역이 사정권에 포함되고 핵탄두 탑재도 가능해 강화된 방어막인 사드를 내세운 한미 연합군에 위협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일고 있다. 한미가 방패를 강화하자 북한도 더 세진 창을 내놓으며 맞대응한 셈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이번 한미와 북한의 신무기 공방은 ‘핵탄두 탑재가능’이라는 요소가 더해지면서 단순한 전술적 경쟁이 아니라 여차하면 전쟁 판도가 뒤집어질 수 있는 전략적 수준으로까지 확대될 여지를 남기며 북한의 협상력을 극대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지난 4일 오전 9시 6분부터 27분까지 ‘대구경 장거리 방사포’로 명명한 300㎜ 신형 방사포와 240㎜ 방사포를 동원해 사격시험을 벌였다. 이어 오전 10시께 이동식 발사차량(TEL)에서 스스로 ‘전술유도무기’라고 언급한 단거리 발사체가 발사돼 200여㎞를 비행했다.
북한의 240㎜ 방사포는 170㎜ 자주포와 함께 흔히 장사정포로 불린다. 이 두 무기는 사거리가 약 60㎞ 전후로 휴전선 일대에 집중 배치돼 수도권을 겨냥하고 있다. 지난 2016년께 새롭게 개발된 300㎜ 신형 방사포는 사거리가 약 200㎞로 북한의 기존 단거리 탄도미사일인 스커드(사거리 300~700㎞)와 함께 한반도 주요 거점을 타격 대상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이런 무기들은 전쟁의 승패를 결정짓는 전략적 무기가 아니라 일개 전투에서 우세를 굳힐 수 있는 전술적 무기에 속한다. 특히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기존의 탄도미사일은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로 전쟁 초기 결정적 순간의 북한 우세를 보장할 수 없게 됐다.
북한은 스커드로 남한 전역, 준중거리용 노동 탄도미사일(사거리 약 1300㎞)로 일본 전역, 무수단 중거리 탄도미사일(사거리 약 3500㎞)로 괌 미군기지, 화성-15형 등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1만여㎞ 떨어진 미 본토까지 핵탄두로 타격할 수 있다. 그러나 이에 대비해 미국이 패트리엇(요격고도 15~30㎞)과 사드(요격고도 50~150㎞), SM-3(요격고도 150~500㎞) 등의 요격망을 이중, 삼중으로 구성하고 있다.
주한미군은 특히 한반도에 패트리엇과 사드를 배치 및 가동하고, 한국군은 ‘한국형 패트리엇’으로 불리는 요격미사일 M-SAM(사거리 30㎞ 내외)을 실전 배치한 데 이어 ‘한국형 사드’로 불리는 L-SAM을 자체 개발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이 사드를 무력화할 수 있으면서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신무기를 개발했다는 것은 한미 군 당국자들의 허를 찌른 격으로 풀이된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는 “전혀 예상 못했던 북한의 전술유도무기에 정신이 번쩍들 정도”라며 “지난달 김정은 위원장이 시험발사를 현지지도했다는 무기인 것으로 보이는데 그때 일각에서 순항미사일이다, 대전차 지상무기다 등 여러 설이 있었고 국방부는 지상전투용이라고 했는데 모두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군은 지나친 해석을 경계했다. 군 관계자는 7일 “군사전문가들 사이에서 이번 북한의 전술유도무기가 사드를 무력화한다는 분석이 나오는데 그런 분석에 일일이 언급할 순 없다”면서도 “북한이 신무기를 개발하는데 우리도 손놓고 있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번에 발사된 신형 전술유도무기는 지난해 2월 8일 북한군 창설 70주년 기념식에서 처음 등장한 것으로, 차량에 탑재된 미사일 모습이 러시아의 이스칸데르(러시아명 9K720, 나토명 SS-20) 지대지 탄도미사일과 흡사해 군사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불린다. 이 무기는 급강하한 후 수평비행을 하고, 이후 목표물 상공에서 수직으로 낙하하는 등 복잡한 비행 궤적을 보여 요격이 어려운 무기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