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디언 출신 대선 1위 후보에 서방 국가들 ‘불안’ ‘반러-친서방’ 인물이지만, 러시아 협상에 적극적 크림반도 강제 병합에 대한 서방 제재 실효 우려

“배후에 누가 있는지 아무도 몰라”…우크라 대선 1위 코미디언 ‘뜨거운 감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후보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실시된 우크라이나 대통령 1차 선거에서 출구조사 결과 1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오자 기뻐하고 있다. [EPA]

[헤럴드경제=박도제 기자] 우크라이나 대통령 선거에서 1위를 차지한 코미디언 출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후보에 대한 서방 국가들이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강제 병합에 대한 서방의 제재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새로운 리더십의 탄생이 기존 우크라이나의 ‘반러-친서방’ 노선에 변수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권력이 한 번은 기대 속에, 한 번은 배신 속에 사람을 변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정치 신인인 젤렌스키 후보에 대한 의심을 완전히 거두지 못하는 모습이다.

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연합(EU) 관계자들은 젤렌스키 후보가 모스크바에 맞서 친서방 정책을 지속할지에 대한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치러진 대선 1라운드에서 젤렌스키 후보는 30%를 득표하며 16%에 그친 페트로 포로셴코 현 대통령을 압도했다.

WSJ은 EU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최악의 시나리오 중에 가장 나쁘지 않은 것은 포로셴코가 당선되는 것”이라며, “코미디언 출신 정치신인인 젤렌스키의 프로그램이 어떤 것인지, 그의 배후에 누가 있는지 등에 대해 아무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 동안 서방 국가들의 외교관들은 젤렌스키의 견해와 의도를 알기 위해 여러 채널을 통해 그를 만나왔다.

올해 초에도 EU 외교관들은 그와 면담했으나, 부패와 싸우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넘어 포르셴코가 구축한 친 서방적인 행보를 지속할 지에 대한 어떠한 세밀한 계획도 제시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유럽의 한 고위 외교관은 젤렌스키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른다”며, “우리는 단지 추측할 뿐”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젤렌스키 후보는 우크라이나의 EU,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을 지지하는 친서방주의자로 알려져 있다. 젤렌스키 후보는 결선 투표를 앞두고 당선된다면 푸틴 대통령에게 러시아 점령한 크림반도와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 반환 요구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젤렌스키 후보가 러시아와 협상에 좀 더 적극적인 것과 달리 현 포르셴코 대통령은 선거 유세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한 확고한 저항을 강조하고 있다. 포르셴코는 “약한 리더는 푸틴을 도울 것”이라면서 “(약한 리더는) 우크라이나의 안전을 위협하고 우크라이나를 러시아의 영향력 아래로 다시금 돌아가게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러시아는 포르셴코보다는 젤렌스키를 더욱 반기는 분위기다. 러시아 크렘린 궁은 우크라이나 대선 1차 투표 결과에 대해 “우리는 우크라이나 지도부에 전쟁세력이 아닌 돈바스 지역 문제의 현실적이고 단계적인 해결을 지향하는 세력을 보기를 원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편 미국 백악관은 이번 선거 결과와 관련해 결선 투표 결과가 나올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면서 침묵을 지키고 있다.

젤렌스키와 포르센코의 결선 투표는 오는 21일 치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