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회계연도 예산안에 장벽비용 86억달러 요구 방침 민주당 “트럼프 이미 패배…장벽예산 시도하면 똑같은 일 반복될 것” WSJ “경제성장 높은 기대 전제한 예산안”

장벽예산 10조에 경제성장 ‘낙관’…트럼프 내년 예산안도 ‘갈등’ 예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역대 최장기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을 일으켰던 ‘미국-멕시코 국경장벽’ 예산 문제를 또다시 꺼냈다. 내년 예산안에 약 10조원에 달하는 국경장벽 예산을 포함시키겠다는 것이다. 이는 당초 요구한 비용보다 더 큰 액수인 데다, 예산안 자체가 낙관적 경제 전망을 바탕으로 이뤄져 다시 한 번 갈등을 예고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멕시코 국경장벽 예산 86억달러(약 9조8000억원)를 포함한 2020회계연도(2019년 10월 1일~2020년 9월 30일) 예산안을 11일 의회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 워싱턴포스트(WP) 등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86억달러는 당초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했던 국경장벽 예산보다 더 많은 금액으로, 올해 배정된 장벽 예산의 6배를 웃도는 비용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장벽 예산으로 57억달러를 요구했지만, 민주당이 장악한 하원은 최종적으로 13억7500만달러를 배정했다. 이 과정에서 미 역사상 최장 기간인 35일 동안 셧다운이 발생해 국민들의 불편과 막대한 경제적 피해를 낳았다. 셧다운이 조건부로 종료된 후 트럼프 대통령은 곧바로 장벽 건설 예산 확보를 위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이처럼 엄청난 정치적 갈등과 사회적 혼란을 야기한 장벽 예산 카드를 다시 꺼내든 것은 2020년 재선 선거 운동의 지렛대로 활용하겠다는 복안으로 해석된다.

국경장벽 건설은 2016년 대선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주요 공약이었으며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계속된 국정 의제였다.

한 정부 당국자는 로이터통신에 “트럼프 대통령이 유권자들과의 약속을 지켰다고 말할 수 있는 근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예산안 통과는 녹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과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는 이날 공동성명을 내고 “그(장벽 건설) 비용을 교육이나 인력 개발에 쓰는 것이 더 나을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장벽 예산 요구를 비판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국경 안보를 두고 또 다른 예산 싸움을 준비하는 것에 대해 경고했다. 이들은 “의회는 트럼프 대통령의 장벽에 비용을 제공하는 것을 거부했고, 그는 패배를 인정하고 정부를 재개해야 했다”면서 “그가 이것을 다시 시도하면 똑같은 일이 반복될 것이다. 그가 교훈을 얻었길 바란다”고 말했다.

WSJ은 “트럼프 대통령의 예산안은 민주당이 장악한 하원 뿐만 아니라 여당인 공화당이 주도하는 상원에서도 민주당의 지지가 필요해 통과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의 예산안은 “경제 성장에 대한 높은 기대를 전제로 하고 있다”고 WSJ은 지적했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경제 성장 둔화를 예상하는 반면, 백악관은 규제 완화와 세제 개편이 경기 확장을 유지시킬 것으로 기대한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예산안을 고집할 경우 또 한 번 정부와 의회의 줄다리기가 예상되는 가운데, 예산안은 올해 9월 30일까지 의회에서 통과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