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사상 처음으로 비상저감조치 -병원찾는 사람 속속…“숨 못쉬겠다” 아우성만

[최악 미세먼지 재난①] 청정 제주까지…미세먼지 지옥, 도망갈 곳도 기댈 곳도 없다

[헤럴드경제=박병국ㆍ성기윤 기자] 미세먼지로 온 나라가 잿빛이다. 미세먼지 청정 지역 제주마저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 대상이 됐다. 수도권에서 5일 연속으로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발령 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먼지는 가시거리까지 좁혔다. 움직일 수도 숨을 쉴수도 없다고 아우성이다. 정부는 ‘외출시 마스크’를 권장했고, 차량운행 제한에 주차장 폐쇄 조처까지 더했지만 백약이 무효다. 시민들은 더이상 기댈 곳도, 피할 곳도 없는 상황이 됐다.

5일 오전 6시부터 전국 12개 시도에서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내려졌다. 서울, 인천, 경기, 대전, 세종, 충남, 충북, 광주, 전남, 전북, 강원 영서, 제주 지역 등이 포함됐다. 특히 비상저감조치 발령 기준 미세먼지 평균 농도 50㎍/㎥을 초과한 제주는 지난 5일 미세먼지 저감 및 관리에 관한 특별법이 시행된 이후 처음으로 비상저감 조치가 발령됐다. 서울, 인천, 경기, 세종, 충남, 충북은 5일 연속, 대전은 4일 연속, 광주와 전남은 이틀 연속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됐다.

미세먼지 비상저감 조치에 따라 각종 ‘처방’이 내려졌다. 서울시의 경우 공공기관의 주차장 441개소가 전면 폐쇄되고, 51개 지역에 있는 폐쇄회로(CC)TV를 통해 2.5톤이상 배출가스 5등급 차량의 운행이 제안됐다. 전국에 있는 석탄 발전소의 출력이 석탄발전소 등의 출력이 제한되며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먼지 날림 억제조치도 시행됐다.

정부가 ‘총력 대처’를 강조하고 있지만 시민들은 그 효과를 체감할 수 없다. 본격적인 봄철이 되면 미세먼지 농도가 더 악화될 것이라는 기상청의 전망까지 나오면서 무력감만 더해질 뿐이다.

중랑구에 사는 이모(29) 씨는 “지난 주말에 군산 바닷가에 놀러 갔는데 미세먼지 때문에 바로 코앞 바다가 안보일 정도였다”며 “포털사이트에서 미세먼지 지도를 보면 빨간색(미세먼지 농도 매우 나쁨)만 나온다. 무기력해진다”고 말했다.

정부가 권장하는 ‘마스크’가 효과가 없다는 목소리도 많다. 노원구에 사는 이모(31ㆍ여) 씨는 ”마스크를 착용하지만 큰 효과가 없는 것 같다”며 “결국 병원에 가서 일주일째 비염약을 먹고 있다. 컨디션이 좋지 않다. 코에서 먼지 냄새가 나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미세먼지가 심할 경우 마스크 착용과 함께 외출을 삼가라고 정부가 권장하고 있지만 실내도 미세먼지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대형마트도, 지하철 역도 미세먼지농도가 높기는 실외와 매한가지다. 중구 신당동에 사는 유모(32) 씨는 “하루종일 목이 아프다”며 “버티다 도저히 안될 것 같아 공기청정기를 사려고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헤럴드경제가 서울시내 쇼핑몰, 백화점, 지하철역 등에서 미세먼지측정기로 직접 미세먼지를 측정한 결과 복합쇼핑몰의 경우 49~88㎍/㎥(나쁨~매우나쁨)까지 올라갔다. 특히 좁은 마을버스 안(70~75㎍/㎥), 밀폐된 엘리베이터(90~110㎍/㎥), 지하주차장(80~110㎍/㎥)도 초미세먼지 농도는 매우나쁨 수준을 유지했다.

선우영 건국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정부의 비상저감조치는 분명히 필요하고 기여도 하겠지만, 지금처럼 고농도의 미세먼지 상황에서는 중국에서 오는게 80퍼센트다”며 “정책 효과가 국민들이 원하는 만큼은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실내도 미세먼지로부터 안전하지 않다”며 “밖에 대기상태가 실내에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는 건 기정 사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