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美 상응조치시 북미관계 놀랍게 발전” -北美 예년과 달리 상호 비판ㆍ설전 사라져

1년 전과 달라진 제네바 군축회의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핵과 대량살상무기(WMD), 재래식 무기, 군축 등을 다루는 다자간 군축협상기구인 제네바 군축회의의 풍경이 사뭇 달라졌다. 최근 몇년 간 제네바 군축회의는 북한의 핵ㆍ탄도미사일 도발과 미국의 제재ㆍ압박에 따른 북미 간 설전의 무대가 되곤 했다. 그러나 2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둔 북미는 올해 군축회의에서도 유화 분위기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한대성 제네바주재 북한대표부 대사는 29일(현지시간) 군축회의에서 “미국이 신뢰할만한 조치와 실질적인 행동으로 우리의 비핵화 노력에 상응한다면 미국과의 관계가 확고하고 획기적인 단계를 거쳐 빠른 속도로 놀랍게 발전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 대사는 작년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간 북미정상회담에 대해선 지구상에서 가장 적대적이었던 양국 관계에 극적인 변화를 가져왔고 한반도와 역내 평화와 안전 보장에 크게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또 핵무기 생산, 실험, 확산을 하지 않기로 선언했다면서 한반도에서 영구적이고 지속적인 평화체제 구축 작업을 계속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 대사의 이 같은 언급은 이전의 발언들과 비교할 때 상전벽해 수준으로 변모한 것이다. 그는 제네바주재 대사로 임명된 2017년 군축회의 때는 중거리탄도미사일(MRBM) 북극성-2형 시험발사에 대해 주권을 보호하고 인민을 지키기 위한 자위적 조치라면서 오히려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적대세력의 위협이라고 비난했다. 각국의 비판이 이어지자 회의를 박차고 나가기도 했다. 그는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 논의가 한참 진행중이던 작년 군축회의 때도 미국의 한반도 전략자산 전개를 겨냥해 긴장을 조성한다며 북한이 어떤 핵 위협에도 맞설 수 있는 강력하고 신뢰할만한 핵 억지력을 갖췄다고 위협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 대사는 이번 군축회의에서는 미국에 대한 비난이나 부정적 발언을 자제했다. 미국도 북한의 핵ㆍ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비난하며 대북압박을 하던 예년과 달리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북미는 이전에는 군축회의를 무대로 자신의 발언 순서 때 상대방에 대한 비판을 쏟아내는 것으로도 모자라 추가 발언권을 요청해가며 설전을 펼치곤 했다.

이장근 제네바주재 한국대표부 차석대사는 “1년 전만 해도 한반도 긴장이 높았지만 이제는 전례 없는 외교적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잡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2월 말 2차 북미정상회담을 개최할 것이라는 최근 발표는 또 다른 희망의 조짐”이라고 말했다고 미국의소리(VOA)방송이 30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