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스트라 맞았다” 청원 글에 28만 명 ‘공분’ -“의거”vs“男 죽여도 정당방위”…성 대결 된 청원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주점에서 남성들에게 둘러싸여 폭행을 당했다는 여성의 국민청원이 하루 만에 20만 명의 지지를 받았다. 경찰은 논란이 불거지자 “한 점의 억울함도 없도록 하겠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온라인에서는 사건 경위를 두고 성 대결 양상까지 보이고 있다.
이수역 폭행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 동작경찰서는 15일 오전 “사건의 중대성을 감안해 강력팀을 투입해 신속한 수사를 진행 중”이라며 “사건을 목격한 주점 업주를 조사하는 한편, CCTV 영상을 확보해 사실 관계를 분석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13일 오전 4시22분께 서울 동작구 이수역 인근의 한 주점에서 폭행 시비가 일었다. 술집을 찾았던 여성 2명과 다른 남성 일행 4명이 시비가 붙으며 싸움으로까지 번진 것이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현장에서 피를 흘리고 쓰러진 여성을 발견해 인근 병원으로 이송하고, 나머지 일행에 대해서는 양측의 주장이 엇갈리자 당사자들을 일단 귀가 조치했다.
그러나 지난 14일 여성 측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청원 글을 올리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청원인은 “남자 쪽에서 ‘메갈’이라는 표현과 함께 비하 발언을 했다”며 “동영상을 찍으려 하자 여성의 목을 조르고 협박하는 등 폭행을 했다”고 주장했다.
짧은 머리에 화장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폭행까지 당했다는 여성 측의 글에 인터넷에서는 “또 여성혐오 범죄”라며 공분이 일었다.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여성을 도와야 한다”는 글이 반복됐고, 동참한 인원은 15일 오전 8시 기준 28만 명을 넘어섰다.
그러나 이 같은 논란을 두고 쌍방폭행 사건이 자칫 극단적 성 대결로 비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실제로 대표적 남성혐오 사이트인 ‘워마드’ 등에서는 폭행 당사자인 남성들의 신상정보를 공개한다는 등의 극단적 게시물이 이어졌다. 사건과는 관계없는 주점에 ‘폭탄전화’를 했다는 게시물도 인기를 끌었다.
청와대 게시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일부 남성들은 이수역 폭행사건을 두고 ‘페미니스트에 대한 의거’라는 극단적 주장을 했고, 반대 측에서는 “남성을 죽여도 정당방위로 인정해줘야 한다”는 게시물을 반복해 올렸다.
청원 글이 인기를 끌고 경찰의 초기대응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자 경찰은 “한점 억울함이 없도록 철저하게 수사하겠다”며 “논란이 된 정당방위 여부에 대해서도 면밀히 검토하겠다”며 진화에 나섰다.
경찰 관계자는 “애초 양측이 모두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해 쌍방폭행 혐의로 모두 입건조치한 것”이라며 “사건 경위에 대해서는 조사를 통해 밝혀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15일부터 당사자들을 차례로 불러 진술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