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견서 제출 앞두고…고민 깊어진 한화생명

분조위 조정안 입장시한 임박 약관 명확해...“지급사유 없어” 거부시 금감원 ‘뿔’날까 우려

[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삼성생명이 즉시연금과 관련, 금융감독원의 ‘일괄구제’ 방침을 사실상 거부하면서 같은 건으로 분쟁조정위원회에 올라간 한화생명의 고민도 깊어졌다. 삼성생명이 ‘총대’를 맨 만큼 동참하면서 즉시연금 문제에 대한 업계의 분위기를 몰아갈 수 있는 반면, 이 문제가 이제 막 닻을 올린 ‘윤석헌호(號)’의 첫 타깃이다 보니 금감원과 척을 지기가 부담스럽기도 하기 때문이다.

30일 보험권에 따르면, 한화생명은 내달 10일까지 분조위 결정에 대한 의견서를 제출하고자 내부적으로 검토작업을 진행 중이다. 태평양 등 대형 로펌 2곳에 즉시연금 만기환급형 상품의 약관에 대한 법률 자문을 의뢰하고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삼성생명과 비슷한 건이다보니 ‘미지급금을 줘야 할 근거가 없다’는 결론이 날 가능성이 크다.

특히 한화생명 내부적으로는 즉시연금 약관이 삼성생명보다 더 구체적이어서 미지급금이 없다고 보고 있다. 한화생명의 즉시연금 만기환급형 상품의 약관은 ’연금 개시시에 책임준비금을 기준으로 만기보험금을 고려하여 상품의 공시이율에 의해 계산한 이자 상당액에서 소정의 사업비를 차감하여 계약자가 선택한 기간에 따라 지급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만기 환급금 지급 재원’이라는 구체적인 단어는 없지만, ’만기보험금을 고려해 사업비를 차감한다‘라는 말이 포함돼 삼성생명보다 오해의 소지가 적다는 것이다.

분조위 조정안을 따르면 다음에는 일괄구제가 버티고 있다. 즉시연금 문제는 윤석헌 금감원장이 ‘일괄구제’를 통해 계약자 모두에게 미지급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공언한 사항이다. 일괄구제를 따를 경우 한화생명은 850억원의 추가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

게다가 한화생명이 분조위 결정을 받아들이면 조정이 성립돼 재판상 화해와 같은 효력을 갖게 된다. 이와 관련해 다시 소송을 제기할 수가 없다는 뜻이다. 그만큼 법률적으로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 있다. 게다가 850억원의 보험금을 추가로 지급하려면 이사회를 통과해야하는데, 삼성생명의 전례를 볼 때 통과가 쉽지 않다.

그렇다고 분조위 결정을 거부하겠다고 하면 당장 금감원과의 관계가 악화될 수 있다. 안 그래도 삼성생명의 반기로 예민해진 상태에서 2위권인 한화생명까지 동조하게 되면 ‘금감원 대 삼성생명’의 싸움이 ‘금감원 대 생보업계’의 싸움으로 확전될 수 있다. 사태 확산의 책임을 한화생명이 질 수 있다는 뜻이다.

보험권 관계자는 “한화생명이 분조위 결정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민원인을 상대로 채무부존재 소송을 할 수 있어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용이하다”라며 “그렇다고 금감원의 방침을 거스르면 앞으로 영업하기가 더 어려워져 결정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